뉴스데스크신정연

결코 명예롭지 않은 '명예박사'…취소도 어렵다

입력 | 2019-04-02 20:33   수정 | 2019-04-0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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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준 대학들이 여러 곳 있습니다.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 이후에 학위 취소 요구가 거센 상황이지만, 취소 규정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면서, 대학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명예박사, 정말 한 번 주면 회수는 불가능한 건지 신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명예박사 학위만 6개입니다.

지난 2008년 카이스트와 부경대, 그리고 2010년 모교 서강대에서 각각 받았고, 나머지 3개는 해외 대학에서 받았습니다.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탄핵사태까지 벌어진 뒤 학교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들까지 나서 박 전 대통령의 명예박사 학위 취소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임재근/카이스트 졸업생]
″우리가 피땀 흘려 수여받은 학위와 박근혜와 같은 범죄자에게 거저 주어진 명예박사 학위가 같은 비교 대상에 있는 수치스러운 상황을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카이스트는 ″학위 수여는 과거의 업적을 통해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학위를 받은 뒤의 문제로 취소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불법 세습 논란에 휩싸인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여성 문인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 시인 등에 명예박사를 준 대학들도 거센 취소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명예박사학위는 명예를 손상한 경우 학교가 심의해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명예박사가 취소된 경우는 교육당국에 보고된 적이 없습니다.

일반 학위는 논문 부정이 발각되면 취소되는데, 명예 박사는 명예를 실추시켜도 박탈되지 않는 겁니다.

[황희란/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우리 사회가 지연 학연 사회잖아요. 대학에도 똑같이 적용이 된다. 수여받는 사람이 우리사회 고위층 권력층이기 때문에 (대학은) 직간접적인 이익을 추구해갈 수 있는 발판이 된다…″

해방 이후 지난 2015년까지 전국 26개 국립대에서 명예박사를 받은 이들은 모두 860여명.

내국인만 따지면 4명 중 한 명이 정치인과 고위관료였습니다.

명예는 줄 때만 따지면 된다는 대학측의 안일한 태도에 명예박사의 권위는 떨어지고, 구성원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MBC뉴스 신정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