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강나림

가입할 땐 다 줄 것처럼…'깨알' 약관에 함정 있다

입력 | 2019-04-09 20:22   수정 | 2019-04-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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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현재 추세라면 5년 뒤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가 백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나에게 혹은 내 가족한테 닥칠수 있다는 생각에 요즘 ′치매 보험′ 가입자가 늘고 있습니다.

보험사가 여러 혜택을 앞세우다 보니까 가입자들은 큰 고민 않고 가입하기 쉬운데 사실 여러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강나림 기자가 이 ′치매 보험′의 함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드립니다.

◀ 리포트 ▶

올해 일흔 한살 어수애 할머니.

치매보험 상담을 받아보려고 보험사 몇 곳에 전화해봤습니다.

[A보험사]
(치매보험에 대해서 좀 여쭤볼까 하는데요.)
″중증치매잖아요. 이건 일시금으로 1천만 원 받구요.″

[B보험사]
″진단 받으셨다 그러면 5백만 원 같이 드리고요, 중증치매 생활자금을 매월 50만 원씩 드려요.″

치매 초기에 해당하는 경도 치매 진단을 받으면 250만 원, 더 진행되면 5백만 원을 일시금으로 주고, 다달이 간병비로도 50만 원씩.

매달 보험료 십 만 원 정도에 다 보장해준다고 합니다.

[어수애]
″혹하게 되죠 설계사가 설명을 잘해서 혹하는데 끊고 생각하면 또 생각이 가죠. 좋기만 하려나 하고…″

하지만 보장액만 듣고 덥석 들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받을 수 있는지도 물어봐야 합니다.

(진단 기준이 있어요? 지급될 때?)
″아… 이거요? CDR 1점이냐 2점이냐 3점이냐 있죠. 그런 걸로 해서…″

치매 진단 기준인 CDR 척도에서 1은 경도 치매, 2는 중등도 치매, 3 이상이면 중증 치매로 분류합니다.

보험사들은 CDR 1만 받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 보험사 약관을 들여다보니 ″전문의의 진단과 함께 CT와 MRI 등의 검사를 기초로 해야 한다″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CDR 검사뿐 아니라 뇌 영상 자료도 있어야 한다는 건데, 경증 치매의 경우 CT나 MRI에서는 증상이 안 보일 수도 있습니다.

[임현국/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의학적인 측면에서는 (보험사 기준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치매 초기냐 중기냐 말기냐를 MRI로 진단하진 않아요.″

의사한테 치매 진단을 받더라도 보험 약관에 저런 조건이 붙어 있으면 보험금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오세헌/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
″(고객들은) 아이구 내가 냉장고 속에 전화기 뒀네 그걸 치매라고 생각한단 말이죠. 보험회사가 생각하는 치매랑 일반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치매는 너무나 격차가 있는 거예요. 확실하게 확인하고 가입하라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b>′대리수급자′ 미리 지정</b>

치매보험이기 때문에 꼭 챙겨야하는 게 대리수급자 지정입니다.

보험에 들어놓고도 정작 본인이 치매에 걸려 가입한 사실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미리 배우자나 자녀, 3촌 이내 친족을 대리청구인으로 지정해 놓는게 좋습니다.

<b>갱신형 vs 비갱신형?</b>

매달 내는 보험료를 3에서 5년마다 바꾸는 갱신형은 초반에는 보험료가 싸지만 나중엔 급격히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비갱신형이 유리하고,

<b>′무해지 상품′은 신중하게</b>

무해지 보험은 말 그대로 중간에 해지하면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오세헌/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
″(보험사들) 속내는 그거예요. 호주머니 얇아진 소비자들 또 한번 털어보자 해서 출시한 상품이 무해지 저해지 상품이거든요. 그런 상술에 소비자들이 자꾸 넘어가는거죠.″

지난해까지 보험사들이 판매한 치매보험은 747만 건.

국내 치매 환자가 70만 명이니까, 환자 수의 10배도 넘게 가입한 셈입니다.

보험사들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만 4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MBC뉴스 강나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