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남재현

사고나면 병원이 보고?…숨기기 '급급' 믿을 수 있나

입력 | 2019-04-15 19:49   수정 | 2019-04-1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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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런 황당한 의료 사고 뒤에는 심각한 문제가 또 있습니다.

어느 병원에서 벌어진 일인지를 보건당국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건데요.

분명 법에는 의료사고를 낸 병원은 보고를 하도록 되어 있지만 말이 보고지, 의료사고를 감추는 빌미가 되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남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2명의 환자가 잇따라 숨진 경기도 파주의 마디편한 정형외과.

한 번은 영업사원이, 또 한 번은 무면허 의사가 수술한 뒤 결국 환자가 숨지자 병원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진료기록은 물론 수술한 의사 이름까지 조작합니다.

[남 모 원장]
″어깨 수술 내가 안했죠? 그렇죠? 척추 수술 내가 안했죠? 그날 내가 수술 안 들어갔잖아요.″

[병원 관계자]
″최대한도로 (남 원장님) 피해가 안 가게 저희가 (해드리죠.)″

7년 전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분만 도중 산모가 사망했던 사고 역시, 병원장과 직원들이 진료 기록을 조작한 정황이 5년여만에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김명기/유가족 대표]
″의료진에게 너무 고소 고발을 많이 당하고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어서 5년 동안 다투게 됐습니다.″

병원이 숨기고 우기면 가족들은 억울한 죽음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지난 2010년 정맥에 맞아야 할 항암제를 척수강에 잘못 맞아 숨진 9살 고 정종현 군 사건을 계기로 3년 전부터 환자안전법이 시행 중입니다.

환자 안전사고가 발생한 병원이나 보호자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보고하면, 인증원이 전체 병원에 재발방지 주의경고를 내리도록 한 겁니다.

그런데 보건당국이 의료기관 2백여곳의 의료인을 상대로 조사해보니, 의료사고를 목격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절반에 가까웠지만, 사고를 보고했다는 병원은 16.5%, 6곳 중 1곳에 불과했습니다.

왜 보고를 안 했는지 물어봤더니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답변이 36.1%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나마도 익명제여서, 보고를 해도 어느 병원 어떤 의사가 사고를 냈는 지는 당국도 모릅니다.

이번 분당 차병원 신생아 사망사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관계자]
″자율보고다 보니까 분당 차병원에서 보고를 했는지 안했는지 알 수가 없는 상태이고요. 전부 익명 처리되기 때문에요.″

지금처럼 자율, 익명 신고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환자단체와 국회의 지적에 정부도 의무 보고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한원곤/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지난해 국정감사)]
″중대한 환자 안전사고 (의무보고) 도입 필요성은 지금 의원님 말씀대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대한 사고를 당할 경우 신고를 의무화하고 위반시 과태료를 물게 하는 법 개정안은, 의료계의 반발 속에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남재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