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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웃음' 잃은 할아버지…"가족들 TV 보고 폭행 알아"

입력 | 2019-04-22 20:02   수정 | 2019-10-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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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사회정책팀 남재현 기자입니다.

아프고 병든 어르신들을 가족들이 24시간 믿고 맡길 수 있는 데라곤 요양원과 요양병원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한 요양원에서 80대 치매 노인이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건.

그 가족들을 만나봤는데, 방송이 나가고 나서야 폭행 사실을 알게됐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통해 본 노인요양시설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이거 줄까, 제가 드릴게요″

요양원에서 집으로 모셔온 지 열흘째.

87살 윤계순 할아버지는 표정도, 먹는 것도 한결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손등에는 아직 시커먼 멍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더 깊게 남았습니다.

요양원에 가기 전엔 가족들을 보면 늘 웃곤 했는데, 요즘엔 누가 몸을 만지기라도 하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역정을 냅니다.

[김창선/피해 노인 아내]
″막내가 와서 만지려고 하면 팍 때리고 뿌리치고 건드리지 말라고 하고 그 전에는 안 그랬거든요. 웃고 같이 앉아 있기도 하고 했는데…″

실제 폭행이 벌어진 건 다섯 달 전인 지난해 11월.

하지만 가족들은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 폭행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근희/피해 노인 며느리]
″몰랐죠. 전혀 몰랐죠. 어르신 맡겨 놨다고 갈 때마다 빈손으로 안 가고. (직원들) 고생하신다, 수고하신다하고 먹는 거 사다 드리고 그렇게 했어요 우리.″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요양원 측은 문제의 동영상은 숨겼습니다.

오히려 잘 말해달라는 부탁까지 하고 갔습니다.

[김근희/피해 노인 며느리]
″아침 7시쯤 원장님하고 기사분하고 찾아오셨어요. (CCTV 화면 중에) 별거 아닌 걸 보여주면서 ′(경찰) 조사에 잘 응해 주시고 좋게 말해주세요′…이게 말이 됩니까.″

취재 결과, 요양원 측은 이미 5개월 전 폭행 사실을 모두 알았으면서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유는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었다는 겁니다.

[요양원 관계자]
″어르신이 병원에 가야 한다거나 심한 외상이 있다거나 그랬으면 보호자에게 설명을 하고 알렸을 텐데. 큰 상처가 나고 그런 건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온 뒤, 식사와 목욕, 대소변은 모두 아내가 챙깁니다.

역시 80대 중반의 나이에 치매 남편을 돌보기가 버겁지만, 문득문득 폭행장면이 떠올라 아직 다른 사람에게 남편을 맡길 엄두가 안 납니다.

[김창선/피해 노인 아내]
″내가 못하는 걸 자기들이 잘 해준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과격하게 천대하고 두드려 패고, 멱살 쥐고 누르고 그런 줄은 몰랐어요. 나는 진짜 너무 가슴이 아파요″

이번 사건은 내부 직원의 제보로 드러났습니다.

내부에서 숨기면 아무리 가족들이 자주 찾아가도 알 방법이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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