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조희형

산낙지·생간 우걱우걱…'생사' 넘나드는 먹방

입력 | 2019-05-03 19:55   수정 | 2019-05-0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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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얼마 전, 일본의 한 유튜버가 방송에서 주먹밥을 한입에 먹으려다 기도가 막혀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일본 유튜버들 사이에서 주먹밥 빨리 먹기 영상이 인기를 끌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건데요.

한국의 먹방 유튜버 사이에는 요즘, 산낙지를 통째로 먹는 위험한 도전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조희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한 달 전 유튜브에 올라와 조회수 3백만을 넘긴 산낙지 먹방입니다.

[유튜버]
″제가 산낙지를 통째로 먹는 건 처음인데, 사실 굉장이 떨리고 무서워요.″

유튜버가 산낙지를 초장에 살짝 찍더니, 통째로 입에 넣고 씹기 시작합니다.

다 삼키지 못해 입밖으로 삐져나온 낙지가 얼굴에 달라 붙어 몸부림칩니다.

화제가 된 또다른 유튜버의 영상.

산낙지를 삼키다 목이 막혀 헛구역질을 하다 상황이 우스운지 곧 웃음이 터집니다.

산낙지 먹방은 두달 전부터 일부 유명 BJ들이 시작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오독오독 씹는 소리에, 꿈틀거리는 산낙지의 기괴한 장면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두 달 동안 조회수 1만회를 넘긴 관련 영상이 40건에 달합니다.

산낙지에 이어 최근엔 생간이나 생고기 등 익히지 않은 날 것의 식재료를 먹는 영상까지 등장했습니다.

유튜버들이 선정적인 장면을 따라하는 건, 조회수가 광고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산낙지 먹방 제작에 참여한 한 유튜버는 ″검색 노출이 잘 되기 위해선 이미 조회수가 높은 영상을 따라만드는 게 업계 관행″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먹밥 빨리먹다가 숨진 일본 유튜버처럼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허양임/서울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산낙지처럼) 기도 쪽에 붙기 쉬운 음식을 급하게 한꺼번에 많이 드시게 되면 기도가 막히는 질식사의 위험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 일부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따라하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선정적인 유튜버들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가 높은 게 사실입니다.

일부 회사들은 선정적이거나 위험한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버들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 역시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당장은 인기 유튜버 개인이나 소속사들의 자율 규제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위험한 먹방 영상은 넘쳐나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희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