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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연
'깔창 생리대' 이후 3년…여전히 눈치보는 소녀들
입력 | 2019-05-18 20:29 수정 | 2019-05-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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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중학생/2016년 ′깔창 생리대′ 논란 당시]
″신문지라도 사용해보자 해서 신문지를 써본 거죠. 신문지를 구겼다가 폈다가를 계속 반복하면 부드러워진단 말이에요.″
이 여학생이 말하는 구긴 신문지…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서 그 대용으로 신문지를 구겨 썼다는 얘기입니다.
3년 전이죠.
생리대 대신 신발 깔창을 사용했다는 소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을 시작했는데요.
아이들의 고충이 해결됐을까요.
신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8살 지혜 양은 매달 생리가 시작되면 걱정이 앞섭니다.
한부모 가정, 엄마 혼자 버는 생활비가 한 달 100만 원 남짓인데, 매달 2만 원 정도 드는 생리대 값이 적지 않은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김지혜(가명)/고등학생]
″용돈을 5만 원 받고 있는데 생리대만 사는 데 2만 원쯤 드니까…1~2천 원이라도 싼 거 사서 써요.″
지난 2016년, 이른바 ′깔창 생리대′로 저소득층 여학생들의 생리대 부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이들에게 생리대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여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현물 지원하던 것을 1인당 한 달 1만 5백 원씩 바우처 카드로 지원 방식이 바뀌긴 했지만, 필요한 만큼 사기엔 빠듯한 금액입니다.
[김지혜 학생 어머니]
″이 (특대형) 10개들이 사면 11,500원이니까 카드에 들어 있는 건 10,500원이니까. (이거 한 개 사면 얼마나 써요?) 한 3일.″
무엇보다 예민한 청소년들에겐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럽습니다.
[김지혜(가명)/고등학생]
″이 카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쟤네 못살아서 저런 거 쓰나 보다′ 이러니까 마음이 안 좋아요. ′쟤네는 저런 것도 받아 좋겠다′ 이런 식으로 말하니까.″
이렇다 보니, 올해 생리대 지원 신청자는 전체 대상 13만 명 중 채 60%도 안 됩니다.
직접 현물로 지원하던 지난해보다도 9%포인트 오히려 줄었습니다.
그래서, 무상급식이나 무상교복처럼 생리대도 무상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모든 여성이 겪는 일인 만큼 선별 지원에 따른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안소영/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생리는) 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없는 문제이고요. 생리대는 여성에게 생활필수품입니다. 충분하고 안전한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여성 건강권의 기초입니다.″
스코틀랜드에선 작년부터 여학생들에게 생리대를 무상 지원하기 시작했고, 영국도 오는 9월부터 시행합니다.
국내에서도 경기도 여주시가 무상 생리대 지원 조례를 최근 통과시키는 등 몇몇 지자체를 중심으로 보편적 복지 차원의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생리대 때문에 청소년 스스로 가난을 증명하고 드러내야 하는 것이 맞는지, 어른들의 고민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MBC뉴스 신정연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김우람 / 영상편집: 김진우 / 취재협조: 초록우산어린이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