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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재
학위 따기 참 쉬운 '고구려대'…"한달 3번만 출석"
입력 | 2019-06-24 19:49 수정 | 2019-06-2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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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그런가하면, 한 달에 딱 세 번, 주말 수업만 받으면 졸업장을 준다는 대학도 있습니다.
전남 나주에 있는 고구려 대학 얘긴데, 대학 졸업을 꿈꾸는 만학도들에겐 솔깃한 제안일 수 밖에 없겠죠.
그런데 대체 어떤 교육으로, 어떻게 학위를 준다는건지 임상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토요일 새벽, 서울의 한 지하철역 앞.
관광버스에 사람들이 하나둘 올라탑니다.
5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전남 나주의 사립전문대, 고구려대학교입니다.
서울, 경기, 인천 등에서 버스 3대를 나눠 타고 학생들이 4백km 등교를 하는 겁니다.
[버스 운전자]
(차량 어디서 오신 거예요?)
″서울이요. 한 20명 정도 (되는 거 같아요.)″
주로 사회복지 관련 학과 학생들인데, 이렇게 주말에만 5시간 수업을, 한 달에 보통 세 번 받습니다.
[재학생 A씨]
″(3월부터) 10번도 안된 거 같은데 한 5번? 12시 반에서 1시 정도에 시작하면 쉬는 시간 없이 5시 반에서 6시면 끝나요.″
그나마도 세 번 중 한 번은 이 학교 겸임교수가 강사로 있는 서울의 한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받습니다.
이른바 이동수업입니다.
[재학생 B씨]
″(학교) 간 거는 두 번하고, 한 번은 서울캠퍼스(교육원)에서 수업을 받 거든요. 근데 거기서도 수업 받은 적은 거의 없는 거 같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학생들은 원래 요양보호사가 되려고 이 교육원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교육원 측이 한 달 3번 수업으로 대학졸업장에 자격증까지 딸 수 있다며 고구려대학 입학을 소개했다는 겁니다.
교육원에 실제 그런 프로그램이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요양보호사교육원 관계자]
″토요일에 한 번씩 내려가셔야 되거든요. 매월 3번. 3번 내려가는 거죠. 이 학교를 가면 사회복지사 2급 나오고 그 다음에 상담사 있죠. 이렇게 나와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한 통만 있으면 무조건 합격.
[재학생 B씨]
″무조건 등록금(2백여만 원)만 내면 무조건 오케이라는 사인을 받았거든요. 입학식도 없었고 설명도 안 들었고 학점이 뭔지도 잘 모르죠.″
학과는 학생 의사와 상관없이 학교 맘대로 배정하기도 합니다.
[재학생 B씨]
″저는 XXX과를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입학할 때는 다른 과로 돼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도 모르는 과로…″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편법까지 상세히 안내해줬다고 합니다.
[재학생 A씨]
″(교수가) 세 가지 방법을 알려줬어요. 마이너스 대출을 해라, 그리고 또 하나는 금을 사 모아라…″
하지만 학교측은 한 달 세 번 수업이나 이동 수업은 모르는 일이고, 주말 수업은 평일 수업을 보충하는 거라고 주장합니다.
[대학 관계자]
″자기네들끼리 모아서 했을 수 있겠죠. 아마 부족한 부분을 할 수 있겠지만…″
(사설교육원에서 학생들 모집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는데?)
″근데 그게 저희들도 호불호가 갈리는데…″
고구려대학은 3년마다 실시되는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 3회연속 재정지원제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근 교육부 회계감사에서도 국가장학금 부정 수급 등 학사 비리 정황이 포착돼 추가 감사가 진행중입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취재 : 정우영·한재훈, 영상편집 : 이정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