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강연섭

'주말 할증'…혼잡 줄인다더니 분산 효과는?

입력 | 2019-07-07 20:26   수정 | 2019-07-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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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주말엔 고속도로 통행요금이 5% 비싸다는 것 알고 계셨는지요.

통행량을 분산시킨다며 8년 전부터 더 비싸게 받고 있는데, 효과는 별로 없어서 결국 도로공사만 돈 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강연섭 기자가 현장에 가봤습니다.

◀ 리포트 ▶

오늘 오전 경부고속도로.

오전이지만 서울로 향하는 상행선은 벌써 곳곳이 막힙니다.

오늘 통행요금은 5% 더 비쌉니다.

주말 고속도로 이용을 평일과 대중교통으로 분산시킨다며 8년 전 도입한 주말 할증제 때문입니다.

[요금소 관계자]
″교통량을 분산해야 한다는 정책에 따라 주말에는 할증이 붙어요.″

요금소 통과시 전광판에 깨알같은 안내문구가 나오지만 쉽게 알아차리기는 어렵습니다.

″광고가 안 된 것 같아요. 전혀 몰랐으니까.″

″오늘 처음 알았네요. 할증하는 건 (주말에) 고속도로 이용하지 말라고 그러는 것 같아요.″

실제로 주말 통행량이 줄어들었을까.

2%를 줄이는게 목표였는데, 시행에 들어간 이듬해엔 오히려 1% 늘어났고 작년 기준으로는 18% 넘게 늘어났습니다.

도로공사는 그동안 고속도로가 늘어났기 때문에 통행량도 따라서 늘어난 거라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평일이나 대중교통으로의 분산 효과는 있었을까.

지난 7년간 1.8% 분산됐다는 게 도로공사의 계산.

1.8%를 성과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무엇보다 주말과 평일은 이용 목적도 다르고 이용하는 사람도 다른데 요금으로 분산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경숙]
″주중에 쉬는 사람들이 아닌데, 그렇게 주말에만 (할증)하면 주중에 일하지 말고 주중에 (고속도로) 다니라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주말 통행량이 많은 고속도로는 구간별, 시간대별, 방향별로 제각각인데, 도로공사는 모든 고속도로에 일괄적으로 할증요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서울요금소에서 경기도 오산까지 31km 구간을 승용차로 요일별, 방향별로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비교해봤습니다.

국도로는 48분.

고속도로의 경우 평일에는 32분.

주말에는 16분.

방향을 달리 해도 평일보다 8분 가량 빨랐습니다.

이처럼 구간, 방향, 요일에 따라 상황이 다르고, 때로는 고속도로가 더 한산할 경우도 있는데 주말에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요금을 더 내는 셈입니다.

[이호식]
″대부분이 주말에 오히려 여행을 많이 다니라고 제도들을 많이 만들었는데 딱 고속도로는 아니네요.″

외국의 할증제도는 정밀합니다.

일본은 평일보다 주말은 싸게, 거기에 시간대별 할인률에도 차이를 뒀고, 프랑스는 일요일 오후 파리로 들어오는 방향에 한해 4시간만 할증제를 시행합니다.

[유정훈/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전세계적으로 (요금)원칙이 수요가 많은 데 가격이 높고 수요가 없는 데 가격이 낮은데, 우리나라 요금제는 그 원칙에 벗어나는 걸로 처음에 설계가 됐기 때문에.″

지난 8년간 주말할증제로 도로공사가 거둬들인 수익은 2,500억이 넘습니다.

그동안 수차례 개선 요구가 있었지만 도로공사는 통행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도 많다며 주말할증제만 폐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MBC뉴스 강연섭입니다.

(영상취재: 조윤기, 김동세 / 영상편집: 장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