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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내
"얼마나 저항하고 맞아야"…조항을 바꿔야
입력 | 2019-07-14 20:17 수정 | 2019-07-1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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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방금 보신 판결은 당사자가 동의했는지 여부를 성범죄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저항하기 어려울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는 것을 피해자가 입증하지 못하면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때문에 강간죄를 판단하는 구성 요건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시내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해 4월 학원 원장 이모씨는 10살 아동에게 술을 먹이고 양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채 성폭행했습니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징역 8년을 선고한 1심보다 감형한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이 판결이 내려진 다음 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해도 모자란 데, ′어떻게 아동과의 관계를 합의라고 인정할 수 있냐′며 해당 판사를 파면하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한 달도 안 돼 22만 명 이상이 동의했습니다.
[표가은]
″초등학생이면 아직 어리고 아이의 눈 높이에 맞춰서 판단을 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신혁재]
″국민들이 맨날 청원을 한들 안 바꾸잖아요. 솔직히 그게 너무 답답하죠.″
1953년 제정된 형법은 강간죄 구성 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이 어렵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돼 왔습니다.
실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성폭력 피해사례를 조사한 결과,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는 답변은 28.6%에 불과했고, 19세 미만 미성년자나 장애인의 경우 더 낮았습니다.
이 때문에 여성단체 중심으로 강간죄 구성 요건을 폭력,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 중심으로 바꿔야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박아름/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지금은) 폭행·협박이 얼마나 있었는지 (피해자에게)물어보는 방식으로 성폭력이 판단되어 왔는데 ′동의′ 여부로 가게 될 경우에는 가해자에게 물어보게 되겠죠.″
독일, 영국, 스웨덴 등에서는 이미 피해자의 동의 없는 성적 침해를 강간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개정안 9개가 발의됐고, 200여개 여성단체들도 개정 요구 의견서를 국회에 두 차례 제출했지만, 아직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시내입니다.
(영상취재 : 서두범, 편집 : 신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