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한수연

급조된 '1학점' 강의…강사·내용도 모르는데 수강신청?

입력 | 2019-08-01 20:38   수정 | 2019-08-0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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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대학가에서는 이제 2학기 수강 신청이 시작되었죠.

그런데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누가 수업을 하는지, 어떤 내용의 수업인지도 알 수 없는, 급조된 강의들이 한 대학에서만, 많게는 100개까지 등장했기 때문인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요

한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연세대학교의 2학기 강사 채용 공고.

전에 없던 1학점 강의들이 전공별로 대거 등장했습니다.

[박여찬/연세대 2학년]
″1학점 강의가 대규모로 신설될 거란 얘기가 계속 돌았었거든요. 그래서 이게 그 1학점 강의인가보다. 거의 100개에 다다른 것 같고.″

1학점 강의는 ′UT 세미나′.

해석하면 학부생 지도 세미나인데 강사가 정해지지 않아 강의 내용도 알 수 없습니다.

학생들은 대체 어떻게 수강신청을 하라는 거냐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국외대는 900여개, 서울대는 700여개의 강좌에서 강사나 강의계획서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은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시간 강사들을 대거 해고했습니다.

강사법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학기에만 1만 5천명 이상의 강사가 해고되고, 6천 개 이상의 강좌가 폐강됐다고 주장합니다.

대학들이 강사법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교육부는 강사들의 강의수와 학점 비율을 대학 평가와 지원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대학들이 부랴부랴 1학점 강의들까지 급조해 강사 채용에 나선겁니다.

[이도흠/′강사공대위′ 공동대표·한양대 교수]
″BK21을 따내기 위해서는 강의를 늘릴 필요가 갑자기 생겨서 1학점짜리를 하는 것 같은데… 일종의 ′꼼수′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강사 신규 채용 공고를 완료한 대학은 30%에 불과해 수강 신청을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김재정/연세대 3학년]
″학생들의 항의로 지금 강사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채 ′수업만 열겠다′고 답변을 주는 상태인데, ′너네들이 알아서 수강신청해라′ 라는 방식은 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고요.″

전국 36개 대학 학생회는 수업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규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MBC뉴스 한수연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영, 영상편집: 이정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