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조명아

모찌모찌·앙기모띠?…사라져 가던 일본어의 '역습'

입력 | 2019-08-15 20:30   수정 | 2019-08-1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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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렇게 어렵게 지켜온 우리 말과 글에 여전히 일제의 잔재는 버젓이 남아 있습니다.

알고는 있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게 현실이기도 하죠.

요즘 젊은 층에서는 ′앙 기모띠′ ′모찌모찌′같은 변종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조명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일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서울 명동거리입니다.

소바나 오뎅, 라멘은 아예 일본 발음 그대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배경희/일본 음식점 운영]
″보통 일식집 메뉴가 거의 다 덮밥인데 ′돈부리′로 돼 있잖아요. 다 똑같이 그렇게 사용하니까...″

문제는 정체 불명의 일본 신조어입니다.

남의 과자를 뺏어 먹은 뒤 외치는 소리.

앙 기모띠!!!

′기분이 너무 좋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원래 ′기모치가이이′라는 일본어를 ′기모띠′로 멋대로 바꾼 뒤 별 의미없이 ′앙′을 붙인 채 쓰고 있습니다.

[이종명]
″인터넷 방송하시는 어떤 분이 ′앙 기모띠′ 이렇게 하시길래 이게 유행타고 퍼져서..″

또 ′진짜, 제대로′라는 뜻의 일본어 ′혼모노′ 역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로 엉뚱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쫀득하다′는 뜻의 ′모찌모찌′ 역시 요즘 화장품이나 빵의 상품명으로 자주 쓰입니다.

[안소민]
″피부 ′모찌모찌′ 이런 표현도 사용하고 ′기모띠′ 이런 것도 사용하고, 친구들이 쓰다보니까″

이런 일본식 조어는 어감이 귀엽고 재미있다는 이유로 유행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라의도/한글학회 이사]
″일본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일본말이 들어오고 사라졌던 일본말이 되살아나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예전부터 쓰던 일본어 잔재를 제대로 털어낸 것도 아닙니다.

건설이나 해양업계는 특히 심각합니다.

[해양경찰]
“조난 선박 발생했으니까 해상 ‘단카’ 준비하고, 갑판에다 올려놓고, 파공 있을 수 있으니까 ‘뿌라그’ 챙겨라.″

단카는 ′들것′, 뿌라그는 ′플러그′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선박 물품이나 업무 용어에 일본식 표현이 많았던 해양 경찰은 올해부터 일본식 표현을 우리말로 순화해 쓰기로했습니다.

법조문도 마찬가지.

헌법의 29% 가량은 일본식 한자와 표현이 뒤섞여 있고, 민법에선 ′요하지 아니한다′, ′산입하다′라는 거추장스러운 일본식 문구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전태석/법무부 법무심의관]
″기본적으로 법안 자체가 너무 방대해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개정안이) 임기 만료로 결국 폐기되고 말았습니다.″

상품을 불매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유입되는 불필요한 말과 글을 쓰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MBC뉴스 조명아입니다.

(영상취재: 김재현VJ, 김우람VJ / 영상편집: 이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