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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연
돈으로 사는 생활기록부…"발명품도 활동도 척척"
입력 | 2019-09-20 20:07 수정 | 2019-09-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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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수시 전형의 핵심이 되는 학교 생활기록부엔,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그리고 진로 활동 같은, 비교과 영역이 있습니다
요즘엔 공부만 잘해선 안 되고 창의성이나 사회성도 중요하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마저도 돈만 내면 사교육으로 해결되는게 현실입니다.
한수연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학생부종합전형 전문 컨설팅을 해준다는 한 학원의 학부모 설명회.
학원 대표는 대뜸 자신의 발명 특허 실적부터 내세웁니다.
[OO컨설팅학원 대표]
″(제가) 420건 특허 출원을 했고. 특허출원을 많이 했단 게 무슨 의미가 있냐 하면, (저희는) 콘텐츠 기반 컨설팅이라는 거죠.″
그래서 교내 발명대회 수상을 원하는 경우 아이디어 기획부터 발명품 완성, 특허 출원, 그리고 생기부 작성까지 전문가들이 한 학생만을 집중 전담 관리해준다는 겁니다.
[OO 컨설팅학원 부원장]
″발명대회가 교내마다 다 있어요. 그 대회에서 저희가 수상을 다 합니다.″
이런 식으로 관리를 받은 한 학생은 ′척추측만 교정 장치 발명′ 실적을 생기부에 올려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사례까지 내보입니다.
발명 뿐만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앱 개발부터 독서목록 토론관리, UCC 영상물 제작까지, 입시에 최적화된 생기부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또 생기부에 소논문 기재가 금지됐지만, 여전히 소논문이 필요하다고 부모들을 설득하기도 합니다.
[OO컨설팅학원 부원장]
″소논문 없으면 진짜 쓸 거 없습니다. ′어디에서 몇 시까지 야간자율학습했다′ 이런 거 써야돼요. 세특(세부특기사항)이나 진로활동에 다 녹여서 (써야 돼요.)″
한마디로 이 업체에선 수행평가, 과목별 세부특기사항, 동아리 활동보고서, 탐구보고서까지 생기부가 원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OO컨설팅학원 대표]
″과목 선생님이 ′진로와 관련된 리포트 써와라′ 하거든요. 남은 시간 동안 (학생은) 중간·기말(고사) 준비할 수 있겠죠.″
기본 컨설팅 비용 360만원.
30만원짜리 쿠폰을 12장 씩 사는데 만약 대회 수상을 원하면 과정마다 한 장씩 사용하는 식입니다.
이런 입시 컨설팅 학원은 최근 4년 사이 4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전일권/입시컨설팅학원 원장]
″속된 말로 말씀드리면 그냥 세팅해서 만들어줄 수도 있고요. ′세탁′까지 가능합니다. 교과, 비교과 과정에서 모든 것들이 다 관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건데요.″
어떻게 생기부를 잘 채워줄까 고민하는 선생님을 만나거나, 비교과 활동까지 적극 지원해주는 특목고에 다니는 소수의 학생 외엔 이런 컨설팅이라도 받아야하는 실정입니다.
[이권표/대학생]
″(연구가) 고등학생 수준에서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장비를 빌린다거나 설계하는 거에 있어서 (사교육의) 도움을 좀 받았어요.″
[이수민/대학생]
″학원에서 돈을 따로 지불하고 논문을 같이 읽고 그거에 대해 토론을 해본다든가, 이과인 친구들은 실험을 한다든가…″
수능 중심의 정시를 확대하면 사교육으로 반복 훈련된 상류층 학생이 더 유리하다는 것도 정시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성적 뿐만 아니라 창의력과 인성까지 따지는 복잡한 수시 전형은 갈수록 더 다양하고, 더 비싼 사교육을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MBC뉴스 한수연입니다.
(영상취재 : 강종수, 김재현vj / 영상편집 : 배윤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