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백승우

[고교생 논문] "논문에 이름 하나 넣는 거야 뭐"…교수 양심은 어디로?

입력 | 2019-10-18 19:40   수정 | 2019-10-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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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우리 학계의 수준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하나 보여드립니다.

제일 왼쪽이 한국인데 OECD 국가 중 월등하게 높습니다.

바로 유령 학회라고 놀림받는 부실 학회에서 우리나라 논문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최근 6년간 2만 개 정도입니다

저희는 이번 취재를 위해서 백 명 가까운 교수들과 접촉했습니다. 이들을 통해 우리 학계에서 논문이란 대체 어떤 가치를 갖는지, 진단해 봤습니다.

백승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딸과 논문을 함께 쓴 교수는 아예 자기 논문을 깎아내립니다.

[손OO 인하대 교수]
″우리 교수들이나 연구자 입장에서는 연구실적에선 제일 낮은 급이야. 그러니까 연구실적이라고 얘기하기도 좀…″

논문에 이름 하나 올리고, 말고는 민감하게 굴 일도 아닙니다.

[김OO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교신저자(책임저자) 이런 사람들이 이번엔 좀 넣어줘야 되겠다 하면 들어가기도 하고. 재량에 따라서 사실 빼버릴 수도 있고…″

영 찜찜하다면 뭐라도 시키고 논문에 이름을 올려주면 됩니다.

[김OO 서울대 교수]
″진짜 허접한 거 시키고, 안 시킬 순 없으니까. 허접한 거 하나 시키고, 중요하지 않은 논문이나 발표에 (이름) 넣어달라고 하고…″

불법도 아닌데 왜 그러냐, 부모 노릇을 한 거라는 논립니다.

[조OO 연세대 교수(아들과 공동저자)]
″부모가 자기가 주어진 조건 하에서 아이가 어떻게 하면 좀더 성장할지를 고민을 하는 거고, 저도 그런 수준의 것이지 이게 불법적인 거라든지 비윤리적인 그런 건 아무것도 없는데…″

[황OO 경희대 교수(동료교수 딸과 공동저자)]
″엄마 찬스, 아빠 찬스겠죠. 어쨌든간에 기회 불평등이란건 사실이지만, 이들이 도덕적으로 잘못한 거냐? 그건 아닌거죠. 기회가 있고 기회를 이용할 수 있어서 이용한 거고. 누구라도 할 수 있었으면 했겠죠.″

연구 부정은 우리 학계에 만연해있습니다.

생물과 의학 분야 연구자들에게 물은 한 설문조사에서, 셋 중 둘은 ′저자 끼워넣기′ 등 연구 부정을 직접 겪거나 봤다고 답했습니다.

심층 질문에선, 교수간 의리나 약속 때문에 논문에 이름을 서로 넣어주거나 권위를 악용해 책임저자를 압박하고 돈을 받고 저자로 올리는 걸 목격했다는 등 조폭 같은 패거리 문화를 폭로했습니다.

[이OO 성형외과 의사) 음성대역]
″성형외과 원장이었는데 논문을 썼어요. 1저자가 자기 아들이야, 딱 그런식으로 해요. 그냥. 자기가 쓴 것도 아니고 자기가 데리고 있던 알바 서울 의대 후배지. 걔보고 쓰라고 해서…″

학자 양심에 맡겨야 할 논문 저자 문제까지 정부가 개입한 데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고, 그걸 또 조사하느라 수십명, 수백명이 달라붙는 코미디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현행 대학 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손본다, 만다 무수한 논의도 이같은 학계 수준이면 모두 무의미한 겁니다.

교수들 윤리 재교육부터 필요한 딱 그 수준입니다.

[엄창섭/대학연구윤리협회장(고려대 교수)]
″교수님들이나 책임연구자들 모아놓고 따로 워크숍을 좀 하든지 아니면 그분들에게 연구윤리 교육을 좀 하시라고 시키는 방법이 좋지 않겠나…″

MBC뉴스 백승우입니다.

(영상취재: 지영록 김희건, 영상편집: 김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