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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성
울며 사 먹은 '회장님표' 김치…"성과급도 김치로"
입력 | 2019-06-18 07:18 수정 | 2019-06-1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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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태광그룹이 오너 소유 골프장에서 김치를 담가 성과급 대신 지급해오다 공정위에 적발됐습니다.
계열사가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김치를 사들이고 직원들에게 복지 포인트로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장준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 소유인 휘슬링락 골프장.
태광그룹은 2013년 가을, 갑자기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습니다.
캐디와 코스 관리 요원들도 동원됐습니다.
[당시 골프장 관계자]
″제 기억으로는 매년 한 2, 30톤인가, 그 정도 담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배추김치도 하고 나중에 알타리무(총각무) 김치도 했어요.″
이듬해부터는 아예 인근 공장에서 매년 수십 톤씩 생산했습니다.
이렇게 2년 동안 담근 ′골프장 김치′는 512톤, 무려 95억 원어치.
누가 다 사 먹었을까.
그룹 내 19개 계열사가 일제히 나서서 사들였습니다.
공정위 조사 결과, 19개 계열사는 사내근로복지기금, 복리후생비 등 회삿돈으로 김치를 사들인 뒤, 성과급 등의 명목으로 직원에게 지급했습니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직원용 쇼핑몰에 ′김치포인트′까지 만들어 직원 1인당 19만 점씩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김치 가격은 10kg당 19만 원, 시중 김치보다 최고 2~3배 비쌌습니다.
오너가 소유한 회사의 이익을 키우기 위해 계열사가 비싸게 김치를 산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습니다.
[김성삼/공정위 기업집단국장]
″일단 직원들에게 김치 포인트를 줘놓고, 살 사람들에 대해서, 휘슬링락 골프장에 명단 제출해서 김치 사는 것처럼 하고, 사후 정산으로 포인트를 빼 가는 식으로 했습니다.″
태광 계열사들은 또 총수 일가가 100% 출자한 와인 유통회사에서 와인도 46억 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이렇게 김치와 와인을 통해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벌어들인 돈은 최소 33억 원이라고 공정위는 밝혔습니다.
태광 측은 ″김치와 와인은 실제 직원 복지를 위해 쓰였다″며 ″행정소송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반박했습니다.
[박찬대 국회 정무위 의원·김기유 태광 경영기획실장/2016년 국감]
″김치를 복지성으로 구매해주고 있습니다. (복지성으로요? 19만 5천 원에 구매해오고 있어요. 이 가격 틀립니까?) 네. 프리미엄 김치를 대비해서 거기에 준해서 책정을 했습니다.″
공정위는 이호진 전 회장과 계열사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21억 8천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한편 태광이,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에게 골프 접대를 한 의혹이 제기됐었는데, 여기에 대해 공정위는 아직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고 진전된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장준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