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뉴스조영익

"그만둘 수도 없었다"…택배 노동자의 죽음

입력 | 2020-10-22 09:46   수정 | 2020-10-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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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부산에서 택배 노동자 김 모씨가 ′억울하다′는 말을 유서에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동료들은 김 씨가 일을 하고도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해 택배일을 그만두려고 했지만, 대리점 측과 맺은 계약 때문에 그마저도 불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영익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경남 창원의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40대 택배노동자 김 모 씨가 이 곳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김 씨는 유서에 ″적은 수수료에 세금 등을 빼면 한 달에 200만 원도 벌지 못했지만,

차량 할부 등에 쓴 대출 원금과 이자로만 120만 원이 고스란히 빠져나간다″며 억울하다′고 썼습니다.

[동료 택배기사 A씨]
″빚을 내서 택배를 시작하다보니까, 세금도 나가고, 월세도 나갔을 거고, 남는 게 없었다는거죠. 택배에서 번 것으로는 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김 씨는 왜 억울해 했을까.

김 씨가 속했던 강서지점이 다른 택배기사들과 작성한 계약서입니다.

계약기간 안에 그만두면 택배기사는 위약금으로 1천만 원을 로젠택배 지점에 지급하게 돼 있습니다.

또 다른 계약서에는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택배기사에게 손해 배상 책임을 묻는 한편, 보증금도 반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동료 택배기사 A씨]
″(지점에서) 돌아가신 분에게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후임자도 본인이 찾아야 하고 본인이 다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그렇게 나와 있으니..″

숨진 김 씨가 도중에 그만둘 경우 위약금 1천만원을 물어내야 하는 계약서까지 썼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다른 기사들처럼 김 씨도 대리점에 보증금 500만 원을 냈고, 배송 구역을 넘겨받는 댓가로 권리금 300만 원도 냈다고 말했습니다.

이 돈은 손해배상 책임과 위약금을 명시한 계약서에 따라 김 씨가 나간 자리를 누군가가 채워야 돌려받을 수 있는 돈입니다.

[동료 택배기사 B씨]
″후임자를 데려와야 해요. 만약에 안 데려오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다고 돼 있어요.″

김 씨는 자신의 택배 차량에 구인광고까지 붙이고 다녔지만 수익이 적은 김씨의 구역을 맡으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강서지점 측은 ″김 씨는 사정이 어려워 처음부터 보증금과 권리금을 내지 못했고 김 씨가 숨지기 전 업체 측에서 새로운 기사를 이미 구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MBC뉴스 조영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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