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정동훈

이게 초등 수학문제?…어른인 당신은 풀 수 있나요

입력 | 2020-01-18 20:24   수정 | 2020-01-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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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특히 수학이 문제인데요.

고등학생 10명 중 6명은 수학을 포기한 이른바 ′수포자′라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정부는 조만간 새로운 수학 교육 정책을 내놓을 예정인데요.

우리의 수학 교육, 뭐가 문제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수학이 괴롭다는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정동훈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수학 교과서.

국어 시간에 기역, 니은을 배울 시기인데, 수학 교과서엔 아예 문장이 등장합니다.

[이계화/초등학생 학부모]
″1학년 1학기 때는 글씨로 문제를 풀면 안되고요. 이거는 뭐 철수가 어쨌고 영희가 어땠고 어쩌고 저쩌고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겠어요? 문자를 읽지를 못하는데 아이들이…″

학년이 좀 올라가면, 더 복잡해집니다.

4학년 2학기 수학 익힘책 문제입니다.

″빨강 주머니에 넣었다가 빼면 길이가 10배가 되고) 파랑 주머니에 넣었다가 빼면 길이가 넣기 전 길이의 10분의 1이 됩니다. 슬기는 9.5cm인 장난감 기차를 빨강 주머니에 2번, 파랑 주머니에 1번 넣었다가 뺐습니다. 지금 슬기의 장난감 기차는 몇 cm일까요?″

단 번에 이해가 되시나요?

저는 몇 번을 읽은 뒤에야 겨우 이해가 됐습니다.

아이들에겐 얼마나 더 고역일까요?

[윤건/초등 3학년]
″글자가 많은 것은 저는 잘 몰라요. 한 번에 알기 어렵잖아요. 한 눈에 보고…″

수학 교과서에 서술형 문제가 등장하게 된 건 4차 산업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융합, 핵심역량을 키우겠다는 취지라고 하는데요.

한 수학교육 단체가 교육부에 따졌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최수일/수학교육연구소장]
″너희 교육부, 한 쪽으로는 한글 (선행없이 학교에서) 책임교육하겠다고 홍보도 하고 자랑해놓고 수학책은 안 바꾸냐 그랬더니 (교과서 만든) 그 연구원이 ′우리 애들 다 할 줄 알아요.′ ′요즘 애들 다 읽을 줄 알아요′ 그건 국가 교육 기관에서 할 말이 아니죠.″

이런 와중에 정부는 또 수학을 체험과 놀이로 가르치라고 합니다.

이러니 연산 같은 기본 학습은 가르칠 시간도, 익힐 시간도 부족합니다.

[김애니/초등학생 학부모]
″4시간 안에 1단원을 끝내세요. 선생님들은. 그러면 아이들은 그거를 4시간 안에 놀이도 하고 뭐 체험도 하고 계산도 해 보지만, 받아들일 시간은 그걸로는 충분치 않는거죠.″

이렇다보니, 한해 14조 3천억원에 달하는 사교육비 지출 중에서도 수학 사교육비가 5조 5천억 원에 달합니다.

학교만 믿었다간 수포자가 되기 십상이란 불안감 때문입니다.

[이계화/초등학생 학부모]
″이게 꼭 어떤 커다란 성공을 위해서 엄마들이 아이들을 문제를 풀어라 학원 다녀라 한다기보다는요. 공부 못하는 아이로 이제 낙인 찍히거나 내지는 아이들이 그 안에서 자존감이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들이 보기 싫고 마음이 아프거든요.″

스토리텔링 수학, 체험-놀이형 수학, 학자들이 이렇게 가르쳐야한다고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사이, 수학에서 보통 학력 이상을 보이는 중고생들은 해마다 줄고, 기초학력 미달자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저희 반 같은 경우는 수학 시작하면은 5명이 머리를 들고 있었어요. 나머진 엎드리고. 선생님들도 처음엔 깨우시다가 가면 갈수록 그냥 내버려두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시대, 이에 대비한 창의형 인재 양성을 위해 새로운 수학 교육 정책이 곧 발표됩니다.

모든 아이들을 품어가겠다는 공교육이 반드시 이런 거창한 목표를 가져야만 하는지, 한 교사는 수학 교육의 목적을 진지하게 되돌아 볼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김성수/중학교 교사]
″수학을 잘하는 거는 똑똑하고 우수한 학생들이고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사람들이라는 어떤 인식들이 있잖아요. 이런 것도 사실은 좀 제거해야 되는 것들인데 사회적인 노력으로 필요한 거 같습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영상취재 : 김우람, 남준수 / 영상편집 : 유다혜, 김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