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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홍규
동맹국에 팔았던 암호장비…美에 1급 기밀 '술술'
입력 | 2020-02-12 20:38 수정 | 2020-02-1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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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 수십년 동안 전 세계 정부를 상대로 첩보 영화에 나올 법한 암호 장비를 팔아온 스위스 회사가 있는데, 알고 보니 그 배후에 미국 중앙 정보국, CIA가 있었다는 진짜 영화 같은 폭로가 나왔습니다.
특히 CIA가 이 장비를 조작해서 해당 국가의 기밀 정보를 가로채 왔다는 겁니다.
워싱턴 여홍규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986년 4월, 독일 베를린의 한 디스코클럽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미국인 2명을 포함해 3명이 숨지고 2백여 명이 다쳤습니다.
당시 레이건 미 대통령은 리비아의 최고지도자 카다피를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 공습을 단행했습니다.
미 정보기관이 리비아의 비밀 전문을 입수한 게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당시 리비아는 ′크립토AG′라는 스위스 회사의 암호생성기를 사용했는데, 미 중앙정보국, CIA가 이 장비를 미리 조작해 손쉽게 기밀을 가로챘던 겁니다.
장비 조작이 가능했던 건, CIA가 스위스 회사의 실소유주였기 때문입니다.
CIA는 ′루비콘′이라는 작전명 아래 이런 식으로 적과 동맹을 가리지 않고 120개 나라로부터 첩보를 수집했습니다.
또, 암호장비를 팔아 막대한 이득도 챙기며 ′1석 2조′의 효과를 누렸습니다.
[에리히 슈미트 엔봄/첩보활동 전문가]
“루비콘 작전은 대단한 성공이었고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습니다.″
심지어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도 팔았습니다.
특히 1981년의 경우 한국은 이라크, 리비아 등과 함께 상위 10위권에 드는 고객이었습니다.
반면 미국 정보전의 주목표였던 구소련과 중국, 북한 등은 크립토AG가 서방과 연계됐다고 의심해 이 회사 장비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구소련과 중국, 북한은 거의 뚫을 수 없는 수준의 암호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CIA는 당초 옛 서독 정보기관인 BND와 공조해 크립토AG를 운영했는데, BND는 1990년대 초 발각될 것을 우려해 먼저 손을 뗐지만 CIA는 2018년까지 작전을 이어갔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CIA가 기사 내용에 대한 코멘트 요청을 거부했지만, 문건의 진위를 반박하지도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비난해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워싱턴에서 MBC뉴스 여홍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