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고병권

방사성물질 30년 누출해놓고…경위는 모른다?

입력 | 2020-03-20 20:07   수정 | 2020-03-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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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대전 도심에 있는 원자력 연구원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유출된 이유를 조사한 결과 30년 전, 허가받지 않은 배관을 마음대로 설치했고 여기를 통해서 오염수가 계속 흘러나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연구원 측은 관련자들이 모두 퇴직을 해서 자신들도 잘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고병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작년 12월 말, 한국원자력연구원 주변 하천 토양에서 암을 유발하는 인공 방사성 물질 세슘이 검출됐습니다.

평상시의 60배 양이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 세슘이 어디서 나왔는지 조사한 결과, 원자력연구원 내부의 폐기물 자연증발시설에서 흘러나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원래 이 시설은 외부로 누출되는 게 없도록 폐쇄형으로 설계됐지만, 지하의 배수탱크가 외부배관으로 연결돼있어 방사능 오염수가 빠져나온 겁니다.

시설이 만들어진 건 1990년.

세슘 오염수는 지난 30년간 매년 4백여 리터씩, 모두 만5천리터 가까이 새어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방사성 폐기물이 도심 하천으로 수십 년간 유출됐다는 설명인데, 더 문제인 건 이런 경위에 대한 설명이 명확치 않다는 겁니다.

문제가 된 배수탱크는 원래 승인 당시 도면에는 없던 것으로, 당시 연구원이 임의로 설치해 운영해왔습니다.

연구원 측은, 그동안 근무자들이, 배수 탱크가 설치된 것도, 그리고 오염수가 흘러나가고 있는 것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정지영/한국원자력연구원 안전관리본부장]
″관련된 사람들이 전부 다 퇴직한 관계로 정확한 정황은 알 수 없습니다.″

원자력연구원은 또, 세슘이 토양에서는 다량 검출됐지만, 하천의 경우엔 최소검출농도 미만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경자/′핵재처리 실험저지 30km연대′ 집행위원장]
″인근에 10년 이상 살았던 분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체계적으로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행되는 동안 연구원의 핵 관련 실험과 연구는 중단해야 합니다.″

원자력연구원이 뒤늦게 안전관리 조직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대전시도 정부 차원의 안전대책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MBC뉴스 고병권입니다.

(영상취재 : 양철규(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