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조희형

"그 나라도 인터넷 되나?"…출신국 '무시' 황당 수사

입력 | 2020-04-22 20:24   수정 | 2020-04-2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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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2년 전, 110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남겼던 경기도 고양시의 저유소 화재 사건, 기억하시죠.

당시 풍등을 날렸던 이주 노동자가 불을 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데 당시 경찰이 이 이주 노동자에 대해서 강압적인 수사를 했다는 논란에 이어서, 통역인에게까지, 출신 나라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면서 무리한 조사를 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조희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8년 10월.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한 이주노동자가 날린 풍등이 저유소 인근 잔디밭에 떨어지면서 발생한 화재.

저유소 4개 동을 태워 110억 원의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당시 대한송유관공사의 관리 부실도 드러났습니다.

잔디밭에서 시작된 불을 발견하지 못했고 화재 방지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관련 직원들이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화재의 단초를 제공했던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디무두 씨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가 논란이 됐습니다.

자백을 강요하는 고압적인 수사.

[경찰 수사관(2018년 11월 진술 영상)]
″명백한 거짓말 그것도! 내가 자료를 안 보여주는 거야, 지금. 거짓말 계속하라고!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사실대로!″

그런데 오늘 열린 재판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경찰이 수사 당시 디무두씨의 통역을 담당한 스리랑카인 통역사까지 조사를 했다는 겁니다.

MBC가 확보한 통역인의 진술조서입니다.

경찰은 디무두 씨의 3차 조사 직후 통역인 A씨를 불러 피의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묻습니다.

통역인이 ′모르겠다고′ 하는데도 두 차례나 더 반복해 질문합니다.

또 스리랑카에 대한 기초적인 현지 사정을 물어본다면서 ′스리랑카에 경찰서나 소방서가 있는지′, ′집집마다 인터넷은 되는지′ 등 해당 국가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통역을 할 때 디무두의 태도는 어떤지′, ′스리랑카에선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통역사의 주관적인 생각을 묻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여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수사와 관계없는 질문도 이어갔습니다.

[최정규/디무두 변호인]
″사실 스리랑카인으로서 굉장히 불쾌했을 것 같고요. ′아 우리나라를 이렇게 무시하는구나′. 수사관이 통역인을 마치 보조수사관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로 보여지고요.)″

강압 수사 논란까지 빚은 수사진이 피의자인 이주 노동자를 압박하기 위해 통역인까지 추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수빈/전문 통역사]
″피의자에 대한 태도, 적절성 이런 걸 판단을 요구하는 건 통역인의 역할 범위를 벗어난 게 아닌가.″

고양경찰서 수사팀은 통역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적절했는지를 묻는 MBC의 질문에 입을 닫았습니다.

디무두 씨의 변호인은 수사받는 외국인들이 통역 받을 권리를 침해당해선 안 된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MBC뉴스 조희형입니다.

(영상취재 : 김동세, 김우람 / 영상편집 : 이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