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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단독] 고교생 딸 '진단서 위조'…간호사 엄마의 빗나간 모정

입력 | 2020-05-14 20:25   수정 | 2020-05-1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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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바로간다, 사회정책팀 정동훈 기자입니다.

아프다는 이유로 자주 학교 수업을 빠졌던 고등학생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단결석 처리가 되지 않았던 건 바로 제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이 병원 진단서 덕분이었는데요.

최근 2년간 학교에 낸 진단서가 모두 16장입니다.

그런데 이 진단서가 위조됐다는, 믿기 힘든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과연 가능한 일인지, 진단서 발급기관 ′서울대학교 부속의원′으로 바로 가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건물에 있는 ′서울대 부속의원′입니다.

들어가려 하자 입구에서부터 간호사들이 막아섭니다.

[서울대부속의원 직원]
″여기 안까지 들어오시면 안되고, 나가서 나가서 얘기하세요.″

처음에는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서울대 학생과 교수, 교직원들만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외부인은 출입이 안 된다는 겁니다.

″학교 구성원만 이용이 가능해요. (가족은요?) 가족도 안돼요.″

그렇다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제가 입수한 진단서들을 보면 서울대 부속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걸로 나와있는 당시 고등학생 A 양은 서울대 학생도 아니고 교수나 교직원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곳에서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감기나 월경통으로 16번이나 진단서를 발급받았습니다.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진단서가 나왔을까?

진단서에 서명한 의사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처음에는 연결조차 해주지 않았습니다.

[서울대부속의원 직원]
″(의사선생님) 연결 힘들고요. 전화 먼저 끊겠습니다.″

대신 물어봐달라고 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울대부속의원 직원]
″교수님이랑 통화했고 ′더 하실 말씀 없으시다′고 확인했거든요.″

수소문 끝에 가까스로 해외에서 안식년 중인 의사와 연결이 됐습니다.

이메일을 통한 대답은 뜻밖에도 진단서는 자신이 발급한 게 아니란 거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진단서의 정체는 뭐냐고 물었습니다.

그제서야 병원의 한 고참 간호사가 의사의 전자 서명을 도용해 허위로 발급한 거라고 털어놓습니다.

이 간호사는 진단서에 나오는 고등학생 A 양의 어머니.

딸의 무단결석 처리를 막기 위해 이 의사 외에 다른 의사 2명의 진단서를 마음대로 위조해 학교에 제출해왔던 겁니다.

[서울대 관계자]
″나름 거기에서 오래 계셨고 선임인데다가 로그인하게 되면 이런 것들을 발급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었던 거 같아요.″

이 진단서가 제출된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가 봤습니다.

학교 측은 A 양이 자주 아파서 이상하다 생각했을 뿐 진단서가 가짜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합니다.

서울대 부속의원 명의의 진단서라 더더욱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는 겁니다.

[고교 관계자]
″진단서 끊어오는 걸 매번 학교에서 다 확인할 수 없는 거 아니에요? 적어도 서울대병원에서 나왔는데, 국립병원이잖아요. 그런데서 오는 걸 신뢰를 못하고…″

결석 한두 번에 대입, 특히 수시 합격이 갈릴 수 있는 요즘 입시에서 학생들은 웬만큼 아파도 결석은 꿈도 못 꿉니다.

[고등학교 교사]
″질병 결석을 굉장히 많이 쓰죠. 질병결석으로 체크가 되어 있으면 대학에서는 괜찮다고 봐요. 근데 이제 만약에 무단으로 돼 있으면 얘는 이제 성실성적인 측면에서 마이너스 되겠죠.″

이런 상황에서 진단서를 위조해 딸의 무단결석 처리를 막은 어머니의 행동은 엄중한 처벌을 받을 사안입니다.

[정성훈/변호사]
″사문서 위조죄가 성립할 수 있고, 이를 학교에 제출한 행위는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학교의 학사 출결 관리업무가 방해되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해당 간호사는 ″평소 무단결석이 잦은 딸 아이를 위해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서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서울대 측은 해당 간호사를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에 회부하는 한편, 검찰 수사도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늘 병원을 지킬 순 없단 이유로 진단서 관리를 엉망으로 해 놓고도 별다른 보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또 이런 일이 얼마나 더 있었는지 실태 조사를 따로 할 계획도 없다고 합니다.

바로간다, 정동훈입니다.

(영상취재: 김동세 / 영상편집: 위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