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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테이프에 새겨진 '얼굴'…실종 아동 찾기 '희망의 끈'

입력 | 2020-05-24 20:31   수정 | 2020-05-2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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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금 제 뒤로 보이는 얼굴들을 유심히 봐주십시오.

짧게는 10년 전, 길게는 52년 전 실종된 아동들입니다.

내일이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인데요.

경찰이 이렇게 오랜 기간 실종된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이 인쇄된 우체국 택배′ 테이프를 만들어서 한달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윤상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973년 3월,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서 3살 ′이정훈(男)′ 실종

올해 74살인 전길자 씨는 지금도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47년전 실종된 아들이 생각납니다.

집 앞 담벼락에서 놀던 마지막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전길자/74세, 실종 아동 이정훈 어머니]
″(동생에게) 젖을 물렸다가 눕혀놓고 밖에 나왔는데, 가슴이 막 콩닥콩닥, 두근두근해서 문을 확 열면서 ′정훈아!′ 부르는데 정훈이가 없어요.″

아들 사진이 담긴 전단지도 수없이 돌렸고, 혹시나 다른 집에 아들이 있을까 싶어 행상이 되어 집집마다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냥 가면 안 되니까 광주리 같은 데에다가 미숫가루, 미역, 김 이런 거 (담아서 방문했어요).″

중년이 됐을 아들에게서 지금이라도 연락이 올 것만 같습니다.

″그게 잊어버리려 해도 안되더라고요. 엄마니까.″

이렇게 간절하고 애달픈 부모들의 희망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경찰이 아주 특별한 테이프를 제작했습니다.

실종 아동의 이름과 얼굴이 새겨진 택배 포장용 테이프를 만들어, 우체국과 택배 회사에 배포한 겁니다.

파란색 테이프엔 아이들의 과거 얼굴과, 3D 몽타주 기법을 이용해 만든 현재 추정 얼굴이 함께 담겼습니다.

[김예린/택배 이용 시민]
″한 번 더 시선이 가기도 했고, 실종 가족들의 안타까움도 느껴졌습니다.″

또 가슴 아픈 ′생이별′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테이프에 QR코드도 넣어 아동의 지문도 미리 등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7일, 경기도 화성에서 실종됐던 3살 송 모양은 미리 등록했던 지문 덕에 30분 만에 어머니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송 모양 어머니]
″지문 등록을 예전에 어린이집에서 해놓아서 안전하게 (아이를) 찾았죠.″

지난 4월 기준으로 실종된 지 1년이 넘는 ′장기 실종′ 아동은 모두 661명.

그 중에서도 96%인 638명은 5년 넘게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길자/74세, 실종 아동 이정훈 어머니]
″그냥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줄줄 나요. 얼마나 무서웠을까, 어떻게 지냈을까, 살았을까, 죽었을까…″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사진제공: 동탄2지구대 /영상취재: 조윤기, 독고명 / 영상편집: 위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