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지수M, 임상재

"말 못하는 생명에 몹쓸 짓"…'동물 학대' 근절해야

입력 | 2020-06-16 20:34   수정 | 2020-06-1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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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최근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이거나 학대하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미 개와 새끼강아지를 잘 키워 주겠다고 입양을 해놓고, 두 시간 만에 도살해 버린 사건도 있었죠.

동물이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많은 고민을 던지고 있습니다.

관련 소식을 이지수 기자, 임상재 기자가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길고양이 사체가 또 발견됐습니다.

임신한 상태라 뱃속의 새끼 2마리도 죽어있었습니다.

[고양이 사체 발견 주민]
″너무 잔인했어요. 배가 갈라져가지고 있더라고요. 새끼가 손발 다 있더라고요. 제가 밥 주는 아이들이니까 눈물까지 나왔죠 제가.″

지난달 고양이 사체를 찾은 곳입니다.

여기서 불과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석 달 전 신체가 크게 훼손된 고양이가 발견됐습니다.

[주민]
″(고양이) 발을 (누군가) 불 같은 걸로 지져서 발목을 못 써요. 병원으로 보냈는데. 아침에 가니까 ′죽었다′ 그러더라고요.″

경찰은 누군가가 고양이들을 고의로 해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 동묘시장에서는 가게에 들어온 고양이를 상인이 줄로 묶고 쇠꼬챙이로 찌르는 등 학대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당시 CCTV영상입니다.

가게로 들어온 고양이 목을 줄로 묶어 끌어냅니다.

목이 꽉 졸린 고양이가 괴로워하며 발버둥쳤고, 상인은 쇠꼬챙이로 고양이를 상자에 욱여넣습니다.

고양이를 담은 박스를 발로 밟고, 상자는 찢어질 정도로 구겨졌습니다.

해당 상인은 악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동묘시장 상인]
″(고양이가) 너무 버둥거리니까 저는 빨리 갖다가 방생을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이만한 걸 끌어안아서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는…″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유주연/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 대표]
″동물학대 행위는 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 가장 나약한 존재에 대한 폭력이자 차별적 행동입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근절돼야 합니다.)″

MBC뉴스 이지수입니다.

(영상취재: 김경락 / 영상편집: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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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차량 안에 흰색 개의 모습이 보입니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미 진돗개와 새끼 강아지입니다.

진돗개들의 원래 주인 장미애 씨.

3년 넘게 키웠지만 부모의 건강이 나빠진 뒤 잘 키워줄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달 지인이 소개한 70대 남성에게 입양을 보냈습니다.

[장미애/피해자]
″′와 진짜 너무 멋있다′고…′내가 이제부터 예쁘게 잘 키워줄 거′라고…′먹던 사료까지 달라′고 하시니깐…″

그런데, 거짓말이었습니다.

진돗개를 입양한 남성은 이 곳에서 개를 받은 뒤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도살업자에게 의뢰해 진돗개를 도살했습니다.

개를 넘겨받자마자 돈을 받고 팔아넘긴 겁니다.

입양 의도부터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경찰 관계자]
″구입한 사람이 다시 또 개 도살하는 사람한테 주고… (그 강아지는 어떻게 됐어요?) 개소주하는 데 조금 사용하기도 하고…″

장 씨는 이 남성과 통화를 하다 개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에 다음날 문자 메시지를 보내 개를 돌려달라고 호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장미애/피해자]
″억장이 무너지죠. 말로 표현이 안돼요, 이게. 제 정신도 아니었고 그 때.. 내가 내 손으로 애를 죽인 거와 마찬가지 같아서 죄책감이 일단 제일 크죠.″

문제의 남성은 미안하다면서도 느닷없이 개를 입양 보낸 원래 주인 탓을 합니다.

[진돗개 입양한 남성]
″갖다 놓고 보니깐 못 키우겠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팔아버렸지. 10만 원에.″
(미안하긴 하세요?)
″미안한 감이 있지 왜 없어. (그런데) 그렇게 사랑스러우면 왜 남을 주냐고…″

경찰은 이 남성은 사기, 도살업자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사건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개를 도살한 경우, 일반적인 처벌 수위는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의 벌금 수준입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꼭 인간이 아니라도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에 고통을 주는 것을 마치 소일거리로 생각한다면…그렇다면 그 사고방식은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보이고요…″

피해자 장 씨는 동불보호법의 처벌 조항을 강화해 달라고 국민 청원을 했고, 지금까지 6만 명 가까이 동의했습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취재 : 김효준 / 영상편집 : 김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