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락사가 노동자의 부주의 탓이 아니라 건설 현장의 안전 비용, 결국 돈 때문이라는 걸 짚어보겠습니다.
법에서는 1차 하청을 넘어 2차 하청부터는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습니다.
단계를 거듭할수록 공사비가 줄기 마련이고 그만큼 부실 공사, 즉, 현장의 안전 문제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하청에 재 하청, 재재 하청, 거기에 재재재 하청까지 올라간 꼭대기에서 한 노동자가 추락사했습니다.
먼저, 남재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입니다.
1년 전, 49살 최 모 씨가 이곳 철골 뼈대를 세우는 공사를 하다 숨집니다.
전날 두고 온 공구를 가지러 6m 높이의 철골 난간에 올라갔는데, 갑자기 한쪽 철골 기둥이 넘어지면서 최 씨가 서 있던 기둥을 때렸고, 몸의 중심을 잃고 떨어진 겁니다.
[김재우/인근상인]
″친구랑 위험한 데라고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사고 나기 바로 전날. 근데 다음날 그렇게 사고가 났더라고요.″
기둥이 밑동까지 뽑힌 부실 공사였습니다.
공사를 맡았던 경기도의 한 건설사를 찾아갔습니다.
[원청업체]
″(한 분이 돌아가셨잖아요. 설명을 좀 해주실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 왜 내가 설명을 해줘야 돼요. 당신한테.″
그런데 사고 당시 조사보고서를 보면 공사를 한 업체는 서울에 따로 있습니다.
사고 내용을 물었더니 엉뚱한 답이 돌아옵니다.
[하청업체]
″(공사 내용 이런 건 잘 모르세요?) 사고 났을 때 현장을 한번 가봤고요. 디테일한(자세한) 내용은 잘 모릅니다.″
다시 경기도의 한 업체에 하도급을 줬다는 건데, 찾아갔습니다.
[재하청 업체]
″저희가 제작을 하려고 하다가. 저희가 자재를 넣어주고 제작을 그 팀(재재하청 업체)에서 했죠.″
이 업체 역시 또 다른 업체에 하청을 줬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엔 충북의 업체에 재재하청을 맡겼습니다.
[재재하청 업체]
″(철골) 제작은 제가 하고 설치는 그쪽으로 토스를 한 건데…″
다시 공사를 넘긴 재재재하청업체를 수소문했습니다.
강원도 철원의 한 외딴 마을에 사무실이 있다고 했는데, 찾아가보니 서류상 사무실이었습니다.
[재재재하청 업체 대표(전화)]
″(사무실은 어디 있어요?) 없어요. 사무실.″
1억 원짜리 모델하우스 공사를 하는데 하도급에, 다시 하도급에, 다시 하도급에 또 하도급까지 내려간 겁니다.
그러는 사이 당초 1억 350만 원이었던 공사비는 3분의 1인 3천1백만 원까지 줄었습니다.
[재재하청 업체(충북 음성)]
″원청에서 한 (공사비의) 80%에 내려 주면 저희한테 내려놓는 건 60%에요. 그러다 보니까 중간에 남는 이윤들을 거기서 다 떼가고…″
안전비용은 처음부터 잡혀 있지도 않았습니다.
[공사 현장 관계자]
″돈도 돈이고, 시간도 드니까. (공사장) 100개 중에 95개는 전부 다 (안전 비용을) 삭제하는 거예요. 안전비는 (안 쓰면) 그냥 남는 거에요.″
법에는 2m 이상 높이에서 일할 때 안전벨트를 꼭 착용하도록 해놨지만, 숨진 최 씨에게 안전벨트는 없었습니다.
추락방지그물도 없었습니다.
작업발판도 없었습니다.
안전모 하나 쓴 채 6m 허공에서 일하다 떨어진 겁니다.
MBC뉴스 남재현입니다.
(영상취재 : 강종수 / 영상편집 : 이화영 / CG : 정현기)
인터랙티브
* MBC 기획취재팀 [사람이, 또 떨어진다] 추락사 1136 추적보도
https://imnews.imbc.com/newszoomin/groupnews/groupnews_13/index_day2.html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