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재욱

[단독] 도넛 크기도 감독하며 '딴 회사'…던킨도너츠 '불법 파견'

입력 | 2020-08-13 20:16   수정 | 2020-08-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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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3년 전, 국내 1위 제빵 업체 파리바게뜨가 제빵사 5천여 명을 불법 파견했다가 당국에 적발됐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그룹의 던킨 도너츠에서도 유사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경영 진단을 한다면서 본사가 협력 업체가 만드는 도넛의 크기까지 직접 점검을 하고 있는데 다른 회사지만 사실상 한 회사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건데요.

당국이 근로 감독에 착수했습니다.

이재욱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매일 도넛 20만개를 만들어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 공급하는 ′던킨도너츠′의 경기도 안양 공장입니다.

지난해 6월,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SPC 그룹 비알코리아 임원은 이곳에서 도넛 생산을 맡은 협력업체 측에 지시 사항을 전달합니다.

불량 도넛 생산 데이터를 취합하고 작업 종료 뒤 기계 청소와 작업장 정리 정돈 등을 하라는 내용입니다.

대전 공장의 또 다른 협력업체는 현장을 다녀간 비알코리아 측이 일부 도넛의 무게나 크기가 미달된다고 지적하자, ″발효나 반죽 온도를 확인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본사 차원의 일반적인 작업 관리 같아 보이지만 모두 불법의 소지가 있습니다.

본사가 직접 고용한 직원이 아닌 협력업체에 대한 지휘,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도급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에 대해 본사는 업무 지시 권한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지시와 보고는 두 달에 한 번꼴로 이뤄졌습니다.

던킨이 운영하는 전국 6개 공장에서 도넛을 만드는 협력업체는 모두 3곳.

3곳 모두 마치 본사의 내부 부서처럼 운영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안양공장에는 비알코리아 직원 20여명이 아예 매일 출퇴근을 했고, 생산 라인까지 내려와 일일이 개입했다고 합니다.

[비알코리아 협력업체 직원]
″(비알코리아 직원들이)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 그러면, 어떤 규격이라던지 그런 것들을 좀 옆에서 봐주고.″

3개 협력사 대표들은 모두 비알코리아의 전 직원들입니다.

협력업체 명의 계좌의 입출금 내역까지 비알코리아에 보고됐고, 대표들이 받는 수당의 액수까지 하나하나 비알코리아가 통제했습니다.

사실상 한 회사처럼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전 비알코리아 직원]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비알코리아가 중점적으로 진행하니까 인원관리, 노무리스크에 대해 책임을 지고 운영하는 것이 하도급사 대표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이런 행태가 특히 문제가 되는 건 국내 최대 제빵 기업인 SPC 그룹의 과거 전력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2017년 고용노동부는 SPC의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사 5378명에 대해 위장 도급이라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논란 끝에 SPC는 제빵사들을 자회사를 통해 고용했지만, 비슷한 문제가 다른 계열사에서 계속돼왔던 겁니다.

[최종연/변호사]
″위장도급 즉 불법파견을 선택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노무 관리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사업의 유연성을 주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산재 역시) 협력업체의 산재로 잡히지, 도급업체의 산재로 잡히지 않는다는 거죠.″

자신들의 직원과 다름 없지만 하도급을 통해 저임금과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

SPC 측도 뒤늦게 문제를 인정했습니다.

SPC 측은 ″올해부터 협력업체에 대한 경영진단 행위를 중단했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협력업체 직원 240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MBC뉴스 이재욱입니다.

(영상취재 : 이지호 김백승 최인규 영상편집 : 김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