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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승
[집중취재M] 오염수 방류 앞둔 후쿠시마 가보니…여전히 '처참'
입력 | 2020-11-25 21:01 수정 | 2020-11-2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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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 한지 내년이면 10년이 되는데요.
폭발로 망가진 원자로를 폐기하는 작업은 별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최근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방안을 추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죽음의 땅인 후쿠시마 지금 어떤 상황인지,도쿄 고현승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도쿄에서 차로 3시간,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있는 오쿠마마치에 들어서자 도로변에 방사선 계측기가 보입니다.
2.3 마이크로시버트, 도쿄의 80배, 기준치의 10배입니다.
마을로 들어가니 길가 여기저기에 ′귀환곤란구역′이라고 적힌 푯말과 함께 철책이 쳐져있습니다.
원전에서 4킬로미터 떨어진 기차역에 가봤습니다.
지난 3월, 9년만에 재개통됐지만, 새로 지은 역사는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역 건물을 새로 짓고 철도도 재개통 했지만, 이렇게 역사에서 불과 10미터 정도만 벗어나면 제염이 안된 귀환곤란구역, 출입이 금지돼있습니다.
역 바로 앞 상점가는 입구부터 막아놨습니다.
2011년 3월 대지진에 멈춰선 거리.
음식점과 화장품 가게의 빛바랜 간판에서 그나마 시간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오쿠마마치 바로 위 후타바마치의 한 마을.
이곳 역시 철책과 바리케이드에 갇혀있습니다.
도자기를 구워 팔던 도예점은 도자기와 유리창 모두 산산조각이 난 채로 방치돼있습니다.
더 이상 농사를 못짓게 된 드넓은 논에는 태양광 발전 시설이 가득 들어섰습니다.
산자락을 따라 밭이 있던 자리에는 검은 자루가 끝도 없이 쌓여있습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지표면 흙을 5cm 정도 깊이로 걷어낸 오염토 자루들입니다.
일본 정부는 오염토를 다른 현으로 옮기려 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어 계속 쌓고만 있습니다.
후쿠시마 부흥을 위해 제염을 하고 도로 등 인프라를 재정비하는데 쓴 예산만 지금까지 55조원.
귀향을 희망하는 원주민을 위해 이른바 부흥주택 단지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태반은 빈 집이고 돌아온 건 노인들 뿐입니다.
8년을 타지에 살았던 70대 노인은 가족을 두고 혼자 돌아왔습니다.
[무라이 히카루(71)/부흥주택 입주자]
″가족은 아무도 없습니다. 혼자입니다. 동생은 다카기 쪽으로 갔고, 누이는 도쿄에 있습니다.″
피난 지시가 내려진 건 11개 기초단체 주민 8만4천여명, 10년이 다되도록 주민 거주율 30%, 농경 재개 면적 32%, 상공업 재개율도 30%에 머물러 있어, ′30% 부흥′이란 자조섞인 말도 나옵니다.
고향에 남은 주민들 삶도 팍팍하긴 마찬가지.
지난 2월 발표된 주민 건강조사에서 소아 갑상선암 환자가 무려 236명으로 늘어 발병율이 118배나 높아졌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고쿠분 토미오/원전사고 피해자 모임 대표]
″우리 아이들이 갑상선암에 걸리면 결혼도 못하게 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 때문에 검사받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그럼 방사능 오염의 진원지, 원전은 어떤 상태일까.
원자로를 폐쇄하는 폐로 작업은 아직 내부를 조사하는 초기 단계입니다.
시간당 피폭량이 1년 피폭 기준치의 7배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피폭량 경보) 3번째. 위험해 위험해. 좀 기다려.″
수소폭발이 일어났던 3호기 내부는 더 심각합니다.
천정과 벽면 곳곳이 무너져내려 콘크리트 잔해가 쌓여있고, 배관과 철근도 어지럽게 뒤엉켜있어 접근 자체가 어렵습니다.
일본 정부는 폐로까지 30-40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작업은 계속 늦춰지고 있습니다.
방사능 오염수는 하루 170톤씩 배출됩니다.
원전 부지 빼곡이 1천여개의 탱크를 지어 지금까지 123만톤을 저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더 이상 땅이 없다며 저장탱크를 더 짓지 않고 2022년부터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는 방침을 시사했습니다.
당장 영향을 받게 된 어민들의 심경은 어떨까.
2011년 높이 10미터에 달하는 쓰나미가 덮쳐 110명이 목숨을 잃은 신치마치.
이곳에서 평생 고기잡이를 해온 68살 오노 씨의 배에 올랐습니다.
물살을 가르며 태평양을 향해 50분 남짓, 배를 세우고 그물을 걷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새벽 3시, 이곳은 후쿠시마 앞바다입니다.
어민들이 그물을 끌어올리자 방어와 광어 등 다양한 물고기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큰 아들은 그물을 올리고 오노 씨와 조카 등은 어종에 따라 물고기들을 분류합니다.
미끼를 넣어 담가뒀던 통발에서는 큼직한 문어도 잡혔습니다.
능숙한 솜씨로 조업을 해나가지만 오노 씨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오노 하루오/후쿠시마 어민]
″아이들이 암에 걸렸다고 하는데, 그런 위험을 안고 누구도 후쿠시마산은 안사죠. 돈까지 내고.″
팔려도 30-40%나 싼값에 팔아야하는 현실, 한때 120명이던 어민은 반도 안남았습니다.
지난해 후쿠시마현 어획량은 대지진 이전의 14%에 그쳤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방사능 오염수입니다.
″후쿠시마에 (삼중수소 함유) 오염수를 방류하면 어민이 사라지게 됩니다. 생선 안팔리죠. 사겠습니까? 한국 같으면?″
딱 한번 열렸던 정부 설명회에선 문제없다고 했지만 믿기 어렵습니다.
″정부는 방류하려고 하니까 괜찮다고 하죠. 그런데 이 오염수는 평상시에 원전에서 방류한 것이 아닙니다. (원전) 사고로 나온 겁니다.″
이처럼 후쿠시마 연안에서 잡은 물고기는 소마시 수산물 경매시장에서 거래됩니다.
″511엔 7.9킬로 5번.″
오노씨는 밤새 잡은 생선을 모두 팔았지만 손에 쥔 건 6만엔 남짓, 오늘도 손해입니다.
시장에서 만난 다른 어민들 역시 같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하마노 료타/후쿠시마 어민]
″생선값이 이보다 더 떨어지면 생계가 불가능해집니다.″
10년을 버텨온 의지가 절망으로 바뀌진 않을까 오염수 방류는 후쿠시마 어민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곳은 미야기현 오나가와 앞바다입니다.
굴곡진 해안을 따라 굴과 멍게를 키우는 양식장들이 빼곡이 들어차있습니다.
일본 멍게의 70%가 미야기산인데 대부분 한국으로 수출됐었습니다.
하지만 원전 사고 후 미야기산 멍게는 사실상 판로가 막혔습니다.
[아츠미 다카유키/미야기현 양식어민]
″일본 정부가 (수산물 수출을) 밀어붙이는 거죠. 그러니 한국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여기에서 엄청난 원전 사고가 일어났었기 때문인 거잖아요.″
결정이 임박한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해법, 일본 정부는 애써 외면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오노 하루오/후쿠시마 어민]
″오염수는 육지에서 관리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육지에서 관리하면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잖아요.″
바다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건 굳이 어부가 아니어도 알 수 있는 상식입니다.
후쿠시마에서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영상취재 : 이장식 김진호(도쿄) / 영상편집 : 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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