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재민

[단독] 18일 만에 장례…끝까지 거부한 두 글자 "책임"

입력 | 2020-12-16 20:41   수정 | 2020-12-1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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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인천 영흥 화력 발전소에서 석탄재를 싣다 추락해 숨진 화물차 기사 심장선 씨, 숨진 지 18일째가 되는 오늘에서야, 유족들은 상복을 입었습니다.

한국 남동 발전이 사고 책임을 회피하면서 장례 절차가 계속 미뤄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내부 문서를 입수해 보니 결국 사고의 책임이 발전소 측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재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위잉″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귀가 먹먹해지는 작업장.

차디찬 바닥에는 여기저기 녹이 슬어 있습니다.

화물차 기사 심장선 씨가 석탄재를 싣다 떨어져 숨진 바로 그 현장입니다.

[故 심장선 씨 아들]
″본부장 직책에 계신 분은 ′우리가 하청 업체에 압박을 넣어 줄 테니까 그쪽하고 합의를 보는 쪽으로 해라, 우리는 잘못이 없다′라는 말만…″

MBC가 입수한 남동발전과 하도급 업체의 계약서입니다.

석탄재를 차에 싣는 작업의 책임은 공급자, 즉 남동발전에 있다고 명확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강조 /영흥화력발전소 화물차 기사]
″제가 상차(석탄재 싣는 작업)를 해야 된다는 업무, 문서에도 없습니다. 모든 계약서 건에는 그런 내용이 없습니다.″

책임에 눈 감은 남동발전 측은 입맛에 맞는 규정을 적극적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청 직원들을 부릴 수 있는 근거, 바로 운전자가 남동발전의 지시에 ″적극 협력″한다는 규정입니다.

남동발전 측은 ′운전 절차서′까지 만들어 일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고 승인까지 받도록 했습니다.

석탄재 반출 관리는 산업 기사 자격이 있는 ′중급 숙련 기술자′가 해야 한다는 규정은 그저 말뿐이었습니다.

남동발전이 운영하는 영흥화력발전소 전체에서 이런 작업을 관리하는 직원은 단 1명.

[영흥화력발전소 현장 관계자]
″(평일 주간 근무하시는 게 맞는지?) 예, 그게 맞습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따로 근무를 안 하시는 거예요?) 네네.″

심장선 씨가 숨진 토요일에 관리 직원은 역시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그 일은, 결국 운전자의 몫이었습니다.

[진선미/노무사]
″발전소 측에서는 상차 업무를 자신들이 ′지시한 적이 없다′라고 했어요. 화물 노동자는 담당할 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당연히 이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거든요.″

남동발전 측은 ″경찰 조사 중이라 답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남동발전 관계자]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서 지금 다 경찰 조사를 받는 사항으로 알고 있어요. (확인이 안 된다는 말씀이에요?) 조사를 받고 있는 사항이거든요.″

화물 노동자 복지를 개선하고 안전 계단 같은 재발 방지 대책에 합의하면서 유족은 오늘에서야 장례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남동발전은 사망 사고 책임이 있다는 문구를 합의서에 담는 데 끝끝내 반대했습니다.

MBC뉴스 이재민입니다.

(영상취재:김재현/영상편집: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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