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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규
'쥐꼬리' 지분으로 황제경영…재벌 개혁 언제쯤?
입력 | 2020-01-06 07:19 수정 | 2020-01-0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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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매번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에서 앞다퉈 내세우는 말이 있습니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죠.
분명 20대 국회도 시작할 때 외친 말인데 임기가 다 끝나가도록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곽승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날카롭게 깨진 유리창, 산산조각 난 채 바닥에 널부러진 화병, 팔에 난 상처까지.
경영권을 두고 암투를 벌이는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민낯을 보여준 상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막장드라마′다, ′가족의 난′이다는 등의 평이 쏟아졌지만 정작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장남 조원태 회장과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 그리고 조현민 전무와 어머니 이명희 고문까지, 이들이 가진 한진칼의 지분을 다 합쳐봐야 25%가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1/4에 불과한 지분으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장악한 뒤 계열사인 대한항공, 진에어 등에도 경영권을 행사해온 것입니다.
재벌 일가가 권한만 누릴 뿐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재벌개혁을 약속했습니다.
특히 3년 전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실태가 드러나자 당시 여야 4당이 모여 재벌개혁을 위한 상법 개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도 소액주주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 의무화,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의 임원에게 모회사 주주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다중대표소송제가 포함된 합의였습니다.
합의 이후 열린 법안심사소위 회의록.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던 김진태 의원은 ″그날 합의해서 발표된 것은 전향적 검토″일뿐이라며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에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뉴스에도 전자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가 통과된다고 다 났다″고 반박하자 김 의원은 ″뉴스에 났으니까 해야하냐″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합니다.
실제 김 의원은 이후 두 차례 더 열린 회의에서도 재계의 경영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상법 개정을 반대했습니다.
그나마 법 통과에 적극적이던 정부와 여당마저 야당과 재계의 반발 속에 주춤거리면서 결국 2년 전 회의를 끝으로 관련 논의는 국회에서 사라졌습니다.
경영능력도 제대로 검증 받지 않은 재벌 일가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사회.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밥그릇 다툼에 열을 올리는 사이 정작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에서는 창사 이후 첫 무급휴직이 실시됐고 6년 만에 희망퇴직 신청도 받았습니다.
MBC뉴스 곽승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