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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코로나만 없었다면…" 갈아엎은 유채꽃밭
입력 | 2020-04-09 06:47 수정 | 2020-04-0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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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제주 주민들이 유채꽃 축제를 취소했는데도 주말마다 인파가 몰리자, 결국 꽃밭을 갈아엎었습니다.
축구장 10배 면적 유채꽃이 9시간 만에 사라졌습니다.
이소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흐드러진 벚꽃나무 아래로 쭉 뻗은 유채꽃길.
해마다 봄이면 샛노란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제주도 최고의 관광 명소입니다.
꽃잎이 만개한 유채꽃 광장에 육중한 중장비가 들어섰습니다.
트랙터 넉 대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자, 꽃밭은 순식간에 황량한 들판으로 변합니다.
보통 5월 중순쯤 꽃이 시든 뒤 베어내지만,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한 달 이상 앞당겨 파쇄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오늘(9)부터 시작됐을 유채꽃 축제.
상춘객들을 막기 위해 진작에 축제를 취소했지만, 주말마다 천여명씩 인파가 몰려들자, 주민들이 고육책으로 꽃밭을 없앤 겁니다.
[정윤수/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장]
″축제를 열어보지도 못하고 파쇄하게 돼 섭섭하죠. 1년 농사인데.. 요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주민들도 대부분 동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채꽃 축제를 위해 8개월간 조성한 꽃밭은 9.5헥타르.
축구장 10개 면적입니다.
우리나라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된 녹산로 10km까지, 만발한 유채꽃을 베어내는 데는 꼬박 9시간이 걸렸습니다.
[양윤경/서귀포시장]
″특히 가시리 마을에 노인이 많이 사는데 (상춘객들로) 굉장히 불안한 겁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부득이하게 갈아엎게 됐는데…″
강원도 삼척 등 다른 지역들도 일찌감치 유채꽃밭을 갈아엎은 가운데, 매년 16만 명씩 찾아오던 제주의 봄꽃 명소는 화려한 자태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내년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MBC뉴스 이소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