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초저금리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전월세 전환율을 현실화해, 세입자들 부담도 줄이고 월세 전환도 늦추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전·월세 전환율은 어떻게 운용돼 왔고, 실생활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함께 살펴봤습니다.
◀ 앵커 ▶
알아두면 좋은 경제 뉴스 이해하기 쉽게 전해드리는 경제쏙 시간입니다. 이성일 선임 기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기자 ▶
안녕하십니까.
◀ 앵커 ▶
오늘 전‧월세 전환율. 즉, 내가 지금 사는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면 얼마 내야 하는지 그 얘기를 해 보기로 했죠.
◀ 기자 ▶
네, 말씀하신 대로 그 정확한 개념인데요. 정부의 대책을 얘기하기 전에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예부터 한번 먼저 알아보고 갈까 합니다. 세를 구하러 부동산에 가 보면 같은 넓이의 집에도 전세, 월세 다 있고요. 보증금이 서로 다릅니다. 그러면 어떤 게 나한테 유리한지 알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예를 들어서요. 서울 마포에 한 단지를 보니까요. 보증금이 4억 7천만 원짜리 전세, 그리고 각각 2억 5천만 원, 또 5천만 원짜리 보증금을 가지는 월세가 있습니다. 한눈에 어느 것이 싼 물건인지 구별이 잘 안 되는데 오늘 주제인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을 해 보면 이걸 비교할 수가 있게 됩니다. 보증금을 5천만 원만 남겨두고 각각의 매물을 월세로 환산해보면 각각 140만 원, 137만 원, 그리고 마지막 물건은 원래와 같은 150만 원으로 월세가 계산이 되고요. 이 기준에 따르면 2억 5천만 원짜리 반전세 물건이 가장 싸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죠.
지금 계산에 적용한 전‧월세 환산율은 현행 계산식에 따르는 건데 정부가 어제 계산식을 바꿨으니까 이 계산 결과도 약간은 달라질 겁니다. 제가 한 계산을 직접 해 보시려면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인 렌트홈에 가 보시면 도움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 앵커 ▶
네, 얼른 듣기로는 정부 계획대로 전‧월세 전환율이 4%에서 2.5%로 낮아진다고 하면 월세, 세 들어 사는 세입자한테는 확실히 유리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 걸까요.
◀ 기자 ▶
네, 모든 세입자는 아니고요. 지금 전세로 살고 있는데 월세로 바뀌는 경우에 적용이 되는 겁니다. 1억 원 보증금을 연 400만 원에 새로 바꾼다. 이러던 것을 이제는 250만 원만 내면 되는 거니까요. 전세금 5억 원짜리를 예를 들어 보면요. 보증금은 1억 원을 남기고 나머지를 월세로 바꿀 때, 현재 기준에 따르면 133만 원을 월세로 내야 하는데 새 기준을 적용하면 83만 원으로 낮아집니다. 세입자부담이 지금보다 한 60% 수준으로 낮아지는 거죠. 그런데 거꾸로요. 집주인 입장에서 이걸 생각을 해 보면 전세 5억 원을 받던 집을 월세로 돌렸는데 한 달에 80만 원 조금 넘는 세를 받는다. 이렇게 되면 너무 이게 낮은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래서 이 비율을 지키지 않거나.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요. 아니면 아예 월세 전환을 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결국 정부가 어제 내놓은 대책은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늘어날 것이라는 시장 예측이 나오니까 이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월세로 바꿨을 때의 이익을 크게 낮춰서 월세화를 늦추겠다. 한 마디로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바꿀 생각하지 말라. 이런 게 어제 대책에 담긴 정부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앵커 ▶
네, 월세화를 늦춰보겠다는 메시지도 있겠지만 사실 전세 규제 올라간다고 임대인들 월세 너무 많이 받을 생각하지 마라. 그런 메시지도 있기는 하겠죠.
◀ 기자 ▶
네, 그런 것에 포함된 이야기죠.
◀ 앵커 ▶
그런데 전‧월세 전환율을 강제하는 규정은 법에 없다면서요.
◀ 기자 ▶
네, 현재는 강제하는 규정이 없고요. 그래서 정부는 만약에 법에서 정한 전환율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는 나중에라도 이 계약을 무효화 하는 방법으로 강제성을 부여하겠다. 이런 계획입니다. 그동안 어땠냐를 좀 살펴보면요. 지금 같은 방식의 전환율은 2016년에 처음으로 고시를 했는데 그때는 금리가 높아서 6.5% 정도였습니다. 그때는 반드시 적용하는 건 아니었고 거래를 할 때 참고해라. 이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 통계를 보면 그 이유를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감정원 통계 지금 나가는데요. 서울 강남지역의 전환율은 기준에 거의 근접한 4%대이지만요. 일부 지역은 8%대로 기준의 두 배가 됩니다. 또 같은 경기 지역에서도 아파트냐, 주택이냐에 따라서 이 전환율에 큰 차이가 납니다. 뭐 당연한 얘기지만 강남 집주인들이 선하거나 또는 주택을 빌려주는 집 주인들이 악한 마음을 가져서가 아니고 지역의 특성, 주택의 성격. 이런 여러 가지를 반영한 가격이 그렇게 만들어져 왔던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걸 법으로 정했다고 해서 한꺼번에 강제로 시행을 한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지키기가 어렵고 또 부작용이 생길 거라는 걱정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초의 이 전환율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집주인들에게만 강제적용을 했던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모든 집주인에게, 모든 전‧월세 거래에 적용하겠다고 하는 거니까 굉장히 기존의 틀을 크게 바꾸는 조치를 정부가 한 거니까요. 과연 어떻게 될지, 또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앵커 ▶
네, 거꾸로 집주인 중에서는 반대로 월세를 전세로 바꿀 때. 즉, 전세에서 월세로 갈 때의 비율을 거꾸로 월세를 전세로 바꿀 때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러고 싶다. 라는 그런 질문을 가진 분들도 있다는데 이렇게 되면 유리한가 보죠?
◀ 기자 ▶
네, 집주인들에게 훨씬 유리하죠. 예를 들어서 생각해 보면요. 집주인들의 경우에는 보증금 2천만 원, 월세 100만 원인 경우를 전세로 돌릴 경우에 기존 계산으로는 보증금을 3억 2천만 원까지밖에 할 수가 없는데 새 기준으로 따지면 5억 원까지 이걸 올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새로운 식은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에게는 불리하고 거꾸로 월세를 전세로 돌리려는 집주인에게는 유리한 겁니다. 정부는요. 새 공식을 이런 방식으로 전세금을 올리는 데는 사용해선 안 된다. 이렇게 못을 박았지만 좀 불안한 면이 있습니다. 정부가 쓰지 말라 한다고 해서 이 공식을 쓰지 못하는 건 아니고 정부가 계산식을 공식화하는 순간에 혹시 전셋값을 올리는 근거로 활용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할 수가 있는 건데요. 어쨌든 정부가 임대차 시장에 룰이 아니라 가격을 통제하는 수준까지 나가면서 생기는 몇 가지 복잡한 일들이 생길 것 같은데 과연 기대대로 시장에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지 정부가 계속 꼼꼼하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