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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영
'1천 도 화염'과 싸우는 소방관들…"헬멧·호흡기도 녹아"
입력 | 2021-07-21 20:07 수정 | 2021-07-2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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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달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에 이어, 울산 상가 건물 화재에서도 소방관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죠.
목숨을 걸고 구조 작업을 하는 소방관들, 이들이 화재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화염 온도는 무려 천 도에 달한다고 합니다.
헬멧과 공기호흡기까지 녹아내릴 정도로 숨 막히는 열기와 싸우는 소방관들의 악전고투를 조재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울산의 상가 건물 화재.
다섯 명의 소방대원이 화염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거세진 불길에 통로가 막힙니다.
″뛰어내려, 뛰어내려!″
유리창을 깨고 3층에서 뛰어내립니다.
급박했던 탈출…
올해 결혼한 막내, 29살 노명래 소방관은 끝내 중화상을 입고 순직했습니다.
당시 대원들이 착용했던 방화복과 장비입니다.
뜨거운 화마 앞에 헬멧은 녹아 버렸고, 방화복 여기저기 시커멓게 그을렸습니다.
특히 숨진 노 소방관이 멨던 공기호흡기 부품은 완전히 녹아내렸습니다.
치명적이었습니다.
[윤기현 소방위/울산 중부소방서]
″열기 때문에 공기호흡기 밸브 같은 게 다 녹았거든요. 저게 녹으면 이제 공기가 차단되거나 해서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지난 4월, 남양주의 한 대형 상가.
소방대원들이 헬멧에 직접 카메라를 달고 화재 현장을 누빕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숨 막히는 열기 속에서 생존자를 찾습니다.
이내 카메라 렌즈가 녹아내리고 화면은 뿌옇게 흐려집니다.
″앗, 뜨거워…″
숨 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려댑니다.
대원들이 견뎌내는 열기는 어느 정도일까?
온도 측정 장치를 설치한 샌드위치 패널 안에 불을 붙였습니다.
곧 화염이 가장 뜨거워지는 ′최성기′에 도달합니다.
방화복 바깥에 직접 닿는 열기 온도는 최고 519도까지 상승하고, 외부 복사열은 최고 550도 넘게 올라갑니다.
권진석/국립소방연구원 시설연구사
(실험 공간) 내부 온도는 약 1000℃ 가량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근데 실제 현장에서는 소파나 가구류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열량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소방관 얼굴을 가려주는 특수렌즈마저 형태가 몽땅 일그러졌습니다.
특수 방화복이 화기를 막아준다지만, 방화복 안의 온도 역시 55도가 넘습니다.
화상을 막기 위해 방화복은 무겁고 통풍이 안 되는 소재로 제작됩니다.
하지만 보호장구를 착용해도 2도 이상 화상을 입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윤기현 소방위/울산 중부소방서]
″사우나, 한증막 같은 데 들어가서 물을 갖다부으면 내부 온도가 더 높아지지 않습니까. 팔 같은 부위에 전도가 돼서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화염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소방호스로 물줄기를 내뿜어 자신의 주변에 수막을 만들고, 그 수막 안에서 서서히 전진하는 겁니다.
[심호춘 소방장/경기 이천소방서]
″가만히 서 있으면 (열기를) 직접적으로 받지만, 앞에 내가 분무하면서 들어가면 일단 열기가 조금 차단되기 때문에…″
36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 소방관들은 온몸에 30킬로그램에 달하는 장비를 짊어지고, 화재 현장에서 1천 도의 화마와 맞서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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