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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하늘
'삼계탕과 마스크' 문 앞에 놔뒀지만…비대면 복지의 그늘
입력 | 2021-08-19 20:04 수정 | 2021-08-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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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문제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사람과의 만남이 줄면서 고독한 사람들이 세상과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얼굴을 보고 안부를 묻기 어려워진 시대, 우리는 어떤 대안을 고민해야 하는지, 손하늘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3년 전 아내를 먼저 보낸 86살 김 할아버지의 반지하방.
식탁 위 밥과 반찬이 썩은 채 남겨졌습니다.
[김새별/특수청소업체 대표]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셨네요. 젓갈에다 밥을 이렇게 비벼드시고, 삶은 계란까지…″
지난 11일 할아버지는, 이미 백골이 된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한달 반에서 두 달 정도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냄새가 너무 많이 나니까 집주인한테 연락이 갔고, 경찰에 신고해 발견이 된 것으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64만원을 지원받았던 할아버지.
집 앞에는 주민센터가 전달한 방역 마스크와 복날 삼계탕이 그대로 놓여있습니다.
[주민센터 관계자]
″워낙에 이 분이 불편하시고 귀도 잘 안 들리고, 갈 때마다 만나기가 좀 어려웠던 분이셔서 그날도 당연히 그런 줄 알고 놓고 왔는데…″
그런데 방역마스크는 8월 5일, 삼계탕은 11일, 각각 전달됐습니다.
1주일 가까이 마스크를 가져가지 않았는데도, 아무도 문 안을 살펴보지는 않은 겁니다.
″아무래도 지금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으로 관리가 되다 보니까, 할아버님은 이미 돌아가셨는데 그건 문고리에 걸려있던 상황이고…″
코로나19로 일상이 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할아버지와, 그나마 그를 살피던 복지 체계 사이의 거리까지 넓혀버렸습니다.
이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이 없는 건 아닙니다.
주민 10명 중 4명이 혼자 사는 서울 장안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스마트폰에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줍니다.
[엄영광/서울 장안1동주민센터 주무관]
″12시간 이내에 연락이 오가지 않을 경우에는 저희 공용 핸드폰으로 연락이 가서, 저희가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24시간 동안 TV를 안 켜면 알림이 뜨도록, 전기 사용량을 감시하는 장치를 설치하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나 TV 사용 여부만으로 생사를 확인하기 쉽지 않은데다 실시간으로 바로 출동할 인력도 부족합니다.
[박승민/동자동사랑방 활동가]
″TV가 일정 시간 작동이 멈춰있다고 하니까 그랬던(알림이 떴던) 건데, 아무도 왔다간 사람이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과연 코로나 시기에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문턱을 넘지 못하는 복지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김범중/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발굴은 가만있어서는 발굴이 안 되지요.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 하는 거지요. 고령층의 어르신들일수록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떨어져요.″
1인 가구 6백만 명,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훌쩍 넘은 지금, 김 할아버지 문 앞의 마스크와 삼계탕은 복지제도가 비대면으로 안부를 물어도 괜찮은 건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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