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손령

'김정은 티셔츠'·샌들 연설‥'정상 국가' 이미지 구축?

입력 | 2021-10-13 20:12   수정 | 2021-10-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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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가 등장했습니다.

최고 존엄의 얼굴이 옷에 그려진다는 게 북한에서는 전례가 없는데요.

김 위원장은 최근 샌들을 신고 연설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손령 기자가 분석합니다.

◀ 리포트 ▶

북한 노동당 창건일을 기념한 국방 전람회 개막식.

지휘자의 손짓에 맞춰 국가가 연주되고, 행사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지휘자가 입은 하얀 티셔츠가 눈에 띕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동안의 주요 공식 행사들을 고려하면 단원들도 같은 옷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고 존엄′을 절대적으로 신성시하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얼굴을 옷에 그려넣은 건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입니다.

지난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당시 환영 현수막 속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비에 젖는다며 북한 응원단이 눈물을 흘리고, 현수막을 회수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응원단(2003년 인터뷰)]
″장군님 상이 찌그러져 있으니까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습니까?″

[북한 응원단(2003년 인터뷰)]
″비가 오게 되면 우리 장군님 상이 젖는단 말입니다. 우린 이걸 보고 절대로 그냥 갈 수 없습니다.″

쿠바 혁명의 아이콘인 체 게바라나 베트남의 호찌민처럼 상징적 인물이 그려진 티셔츠들을 모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에는 역시 신성시하는 인공기가 새겨진 티셔츠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박람회장에 샌들을 신고 나타난 모습도 외신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권위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대진/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
″′무오류의 수령′ 이제 이걸 내려놨거든요. 너무 신비화하면 안 된다는 걸 본인이 얘기했기 때문에… 정상 국가 지도자들의 일부 모습들을 좀 흉내 내면서 인민들한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김 위원장 옆에 나란히 선 파란색 옷을 입은 남성도 화제입니다.

해외 SNS에선 ′인간 대포알′,′로켓맨′ 등으로 불리는데, 지난달 열병식에도 엄숙함을 깨기 위해 등장시킨 낙하산병입니다.

[조선중앙TV(어제)]
″조종 낙하산을 활짝 펼치고 활공하고 있는 낙하산병.″

최근 들어 부쩍 세계의 기준에 따라 정상 국가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

과도한 인권침해, 그리고 국력 대부분을 무기 개발에 할애하는 등 비정상적인 국가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됩니다.

MBC뉴스 손령입니다.

영상편집: 김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