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서유정

국내 기업들 경쟁력 급감?‥"탄소 못 줄이면 도태된다"

입력 | 2021-11-01 20:26   수정 | 2021-11-01 20:27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그런데 탄소 중립을 두고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니까 기업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보도까지 등장합니다.

정말 그런 걸까요?

세계적인 흐름을 보면 돈에 민감한 기업이 정부보다 먼저 탄소 중립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탄소를 줄이는 게 목돈이 되고, 생존의 문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서유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애플이 최근 내놓은 광고.

아이폰 같은 제품 대신, 아기가 등장합니다.

″네가 10살이 될 때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할게.″

애플은 203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습니다.

[팀 쿡/애플 최고경영자]
″2030년이 되면 애플의 전 사업은 공급망부터 제품 사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100% 탄소중립을 이루게 됩니다.″

애플만이 아닙니다.

100% 신재생에너지만 쓰는 기업들의 모임인 RE100.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아마존, 나이키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SK 계열사들과 LG에너지솔루션 같은 한국 기업들도 동참했습니다.

기업들이 이렇게 하는 건, 도덕적 의무때문이 아닙니다.

이렇게 안 하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탄소 감축은 이제 돈과 직결됩니다.

대표적인 게 2015년 시작된 탄소배출권 제도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탄소배출권 거래대금은 6,200억 원.

현대제철은 영업이익의 두 배 가까운 1,500억 원을 탄소배출권 사는데 쓴 반면, 화학기업 휴켐스는 탄소배출권을 팔아 370억 원을 벌었습니다. 영업이익의 3분의 1입니다.

탄소 중립은 기업들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도 좌우합니다.

유럽연합은 이미 오랫동안 쌓아온 탄소 저감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6년부터 다른 나라들 제품에 탄소세를 물리기로 했습니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가 우선 대상입니다.

한국이 유럽에 수출할 때 더 부담해야 할 돈이 7천200억 원입니다.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탄소를 줄여야 하는 겁니다.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우리 경제는 그 타격이 너무 심하거든요. 내부적으로 못 바꾸면 밖에서 압박 들어와가지고, 이건 물건 못 팔고 그냥 주저앉는 거예요.″

그렇다면 탄소 중립은 한국 경제의 위기일까?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윤세종/기후변화솔루션 변호사]
″그걸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경제가 앞으로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 이런 관점을 가지고 먼저 나서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탄소 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닙니다.

지구의 생존같은 조금 먼 얘기가 아니라, 당장 한국 경제의 생존 문제가 됐습니다.

MBC뉴스 서유정입니다.

영상편집: 송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