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양소연

조부모의 친손주 입양 가능?‥"아이의 '행복과 이익'에 부합한다면 가능"

입력 | 2021-12-23 20:16   수정 | 2021-12-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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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오늘 대법원에서 아이의 입양과 관련한 인상적인 판결이 나왔습니다.

아이의 친부모가 살아있더라도 조부모가 키우는 게 아이에게 더 낫다면 조부모가 손주를 자녀로 입양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1심과 2심은 이럴 경우 할머니가 엄마가 되고, 친엄마는 누나가 되는 등 친족관계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며 불허했는데요.

대법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행복이라고 봤습니다.

양소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고등학생 때 임신한 딸이 낳은 아이를, 생후 7개월부터 수 년 간 키워온 A씨 부부.

아이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엄마, 아빠로 알고 자랐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오자, 부부는 외손주를 입양해 자녀로 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현행법은 미성년자 입양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어, 아이 친부모의 동의를 받은 뒤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1, 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친부모가 생존해 있어 나중에 가족 질서에 혼란이 생길 수 있고, 외조부모로서 아이를 양육하더라도 큰 제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친부모의 동의 등 요건을 갖췄고 아이의 복리, 즉 행복과 이익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입양으로 아이에게 유익한 점과 우려되는 측면을 세심히 살펴 보라며 사건을 울산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내부 질서나 친족 관계 혼란이 초래될 수 있더라도 입양이 사건 본인(외손주)에게 더 이익이 된다면 입양을 허가해야 합니다.″

다만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 3명은 아이의 복리가 우선이라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이 사건의 경우 입양을 하지 않는 것이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지현 변호사]
″(아이한테는) 실제로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게 구성이 되어주는 게 사실은 중요한 부분이고 그게 아이 이익을 가장 많이 보호하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 굉장히 환영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손주를 입양할 경우, 조부모의 나이와 양육 능력 등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첫 판결이라고 대법원은 설명했습니다.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현기택 / 영상편집:문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