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손하늘

성탄 전야, 10년째 손수레 끌던 청소 할아버지의 죽음

입력 | 2021-12-27 20:28   수정 | 2021-12-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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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사흘 전, 성탄절 전날 밤, 인천의 한 도로에서 손수레로 쓰레기봉투를 수거하던 70대 할아버지가 음주 화물차에 치여서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10년째 쓰레기차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을 다니면서 청소하는 업무를 하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손하늘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인천 용현동 주택가의 좁은 골목길.

할아버지가 손수레를 끌고 오더니, 주택 앞 쓰레기봉투들을 차곡차곡 담습니다.

사람 키만큼 쓰레기로 가득 찬 손수레를 밀고 나오더니, 이번엔 큰 도로변 쓰레기를 수거합니다.

그 순간 멀리서 25톤 화물차가 달려와 속도를 줄이지 않고 할아버지와 손수레를 그대로 덮칩니다.

곧장 구급차가 출동했지만 72살 방 모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덤프트럭을 운전한 30대 남성은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습니다.

근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할아버지가 마지막 순간까지 청소를 했던 길가입니다.

이 길가에는 다시 쓰레기가 한가득 쌓였지만, 쓰레기를 수거해 갈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근 주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거 다 맞고 하는데, 도로에서 하다 보니 위험해 보이긴 했어요.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청소업체 소속 미화원인 할아버지는 매일 밤 7시, 하루도 빠짐없이 이 동네 골목길을 다니며 쓰레기차가 다닐 수 없는 좁고 외진 곳의 생활쓰레기 수거를 도맡아 왔습니다.

[인근 주민]
″10년 넘은 것 같은데… 아프니까 팔이, 힘들게 하니까, 조금 쉬었다 하고 그랬어요. 성실했어요.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에요.″

어두운 밤 도로 위 야간작업은 사고 위험이 높다 보니, 쓰레기차 수거는 3인 1조로 작업해야 하는 매뉴얼이 있었지만, 손수레 수거는 매뉴얼조차 없어 늘 혼자 일해왔습니다.

[구청 관계자]
″(쓰레기) 차로 갈 때는 운전기사 포함해서 3인 1조로 해요. 리어카(손수레)를 기준으로 한 건 아니에요.″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음주 사고를 낸 화물차 운전자에게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해 구속했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 영상편집: 고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