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건휘

[단독] "'13만 5천원 짜리' 공사, 혼자 해도 된다"?‥죽음의 외주화

입력 | 2022-01-03 21:06   수정 | 2022-01-0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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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위험의 외주화가 또다시 죽음의 외주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본청인 한전은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하청업체는 ″별로 남는 게 없는 13만 5천 원짜리 단순 공사였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이었다″면서 숨진 김 씨의 탓처럼 말합니다.

유족이 김다운 씨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라고 허락하면서 MBC에 도움을 청한 건, 이 안타까운 죽음이 결코 망자의 책임이 아니라는 절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김건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고 김다운 씨는 지난해 1월 한국전력의 하청업체에 입사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열 달 만에 전신주에 매달려 작업하다 변을 당했습니다.

[유족]
″입사한 지 얼마 안 됐고, 제일 만만한 처남(고 김다운 씨)을 혼자 그냥 단독으로 보내게 된 거죠.″

하청업체가 작성한 산업재해 신청서.

사고가 난 경위에 대해 ″재해자의 손과 휴즈 충전부분이 접촉되어 상반신 쪽이 감전되었다″고만 적혀 있습니다.

[정지영/변호사]
″(사건 경위에) 회사의 과실이 전혀 나타나질 않아요. 근로자 과실로 재해가 발생한 것처럼 보입니다. 보통 산업재해의 경우 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게 만든 어떤 근무 환경적인 요소가 항상 있어요.″

활선차나 절연장갑 같은 안전장비, 2인 1조로 일하라는 지침이 모두 무시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하청업체에 전신주 작업을 맡긴 한국전력은 사고 16일이 지나서야 유족들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전 여주지사 직원(11월 21일 녹취)]
″그런 통제를 시공관리 책임자가 하게끔… 저희는 OO(하청업체)에 지시를 했는데 저희 모르게, 저희한테 사전 승인 없이 하신 거예요.″

하청업체가 한전의 안전지침을 지키는지 확인하고 관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전은 ″하청업체가 현장 여건상 활선차 없이도 작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한다고″만 밝혀왔습니다.

하청업체에게 ′왜 한전 지침을 지키지 않았는지′ 묻자, 공사가 얼마짜리인지를 말합니다.

[하청업체 관계자]
″13만 5천 원짜리라서 단순 공사라, 꼭 2인 1조로 해야 되는 게 아니고… (활선차 아닌) 1톤 트럭이 가도 아무런 문제 없다는 게 우리 지침에 있습니다.″

사고가 좀처럼 나지 않는 간단한 작업이라며 숨진 다운 씨를 탓하는 듯한 발언도 했습니다.

[업체 관계자]
″막대기(절연봉)로 작업을 해야 되는데, (안 되면, 작업자가) 현장 소장한테 보고를 하고 재작업 지시를 받아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작업자가) 업무를 잘 처리하고자 하는 그런 의욕이 앞선 것 같아요.″

노동부는 하청업체에게 과태료 1천4백만 원를 물리고, 지난달 29일까지 한 달간 작업중지를 명령했고, 문제의 업체는 최근 전기 작업을 재개했습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 김우람 / 영상편집: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