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조희원

[집중취재M] 아들 물려주려고?‥신도·예배 없는 '서류 교회'

입력 | 2022-01-11 20:23   수정 | 2022-01-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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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한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가 또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교단의 교회 헌법은 직계가족의 세습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데요.

이 규정을 피하기 위해서 실제로는 신도도, 예배도 없는 ′서류상 교회′를 세워서 실질적인 세습을 완성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조희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남 여수의 여수은파교회입니다.

등록신도 3천여 명, 연간 재정에 60억 원에 이르는 지역에서 가장 큰 교회입니다.

이 교회는 지난해 성탄절 다음 날 공동의회를 열고, 현 담임목사 A 씨의 후임으로 A 목사의 아들을 선출했습니다.

[A 목사]
″교회의 안정과 성장을 위하여 합병 교회의 위임 목사로 OOO 목사를 청빙하자는 건입니다.″

회의는 아버지인 A 목사가 직접 주관했는데, 사실상 공개투표로 진행됐습니다.

[A 목사]
″가부를 부치겠습니다. ′가′ 하면 ′예′ 하십시오. <예.> 아니면 아니라고 하십시오. <…>″

이 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은 지난 2013년부터 직계가족 간에 담임 목사직 세습을 금지했습니다.

이 규정을 피하기 위해 꼼수가 동원됐습니다.

지난해 6월 아들 목사에게 작은 개척교회를 세우게 하고는 6개월 뒤 이 대형교회와 개척교회를 합병하면서 아들을 담임목사로 추대해 통과시킨 겁니다.

[현직 목사]
″′누가 우리한테 이것을 딴죽을 걸어…′ 큰 교회라고 하는 이렇게 자신감이 아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개척교회마저 신도도 없고, 예배도 하지 않는, 이른바 ′페이퍼 처치′라는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아들 목사의 교회를 찾아가봤습니다.

주일예배가 진행된다고 하는 일요일 오전 11시입니다. 하지만 예배당의 불은 꺼졌고, 보시는 것처럼 출입문은 잠겨있습니다.

실제로는 없는 신도를 있는 것처럼 꾸미려 한 정황도 나왔습니다.

여수은파교회의 신도들에게 아들 목사의 교회인 ″여천은파교회의 계좌로 헌금을 보내라″는 메시지가 발송되는가 하면, 한 신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여수은파교회가 아니라, 여천은파교회 회원으로 등록이 됐다는 사람도 있다″며 털어놨습니다.

[방인성/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는 무작정 성장 일변도로 가게 되면 이렇게 ′목회를 세습해야 하지 않을까,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3의 인물이 들어와도 될까′라고 하는 질문이 생기는 거예요.″

여수은파교회 측은 아들을 담임 목사로 추대한 것은 교인들이 원한 일이고 교회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여수은파교회와 아들 목사의 교회인 여천은파교회는, 여전히 서로 무관한 교회로 등록되어 있고, 아직 통합 신청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국 교회개혁실천연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교단 총회장을 했던 초대형교회 목사의 80% 이상이 담임목사직을 직계가족에게 세습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MBC뉴스 조희원입니다.

영상취재: 배준식(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