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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소뿔 받히고 돼지에 물리고"‥열악한 방역노동 실태
입력 | 2022-01-24 20:37 수정 | 2022-01-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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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방역과 예방을 위해서 최전선에서 뛰는 가축방역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축방역사들의 절반 이상이 소뿔에 받혀서 다치는 건 기본이고요, 마땅히 씻을 곳도 없을 정도로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고 합니다.
이들이 사람답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정혜인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가축방역사 2명이 다가가자 놀란 염소들이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재빠른 염소들을 잡지 못하고 고전하는 방역사들.
무리에서 뒤처진 염소 한 마리를 겨우 붙잡고 흙바닥을 뒹군 끝에 피를 뽑습니다.
가축전염병 감염 여부를 확인하려면 반드시 피를 뽑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려 7백 킬로그램이 넘는 커다란 암소도 마찬가지.
간신히 소 머리에 밧줄을 걸었지만, 도저히 힘으로는 제압할 수 없다 보니, 겨우 꼬리를 붙잡고 주사기를 꽂습니다.
[장윤상/가축방역사(지난 18일)]
″뒤에서 갑자기 달려드는 경우가 있어서‥이제 소가 너무 많이 흥분해서 펜스(구조물)를 뛰어넘거나 아니면 부수고 다닌 경우도 있었고요.″
지난 2020년 송아지에게 옆구리가 밟혀 갈비뼈가 부러진 김기철 방역사는, 산업재해 신청도 하지 못했습니다.
[김기철/가축방역사]
″일부 관리자들의 눈치가 보여 산재처리를 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산재신청을 하면 죄인이 됩니다.″
가축위생방역사 절반 이상이 소뿔에 받히거나 돼지에게 물리는 등 가축에게 몸을 다쳤다고 답했습니다.
가축방역사 1명의 담당 가축은 무려 47만 마리.
3년 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후 업무가 폭증했는데도 인력은 그대로다 보니, ′2인 1조′ 근무 원칙도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가축들과 뒹굴다 온 방역사들이 제대로 씻을 곳도 부족합니다.
[전광수/가축방역사]
″소, 돼지 똥 밭에 구르다가 온몸에 분변이 묻고 땀범벅이 돼도 마땅하게 씻을 샤워실도 없어서 협소한 화장실에서 씻어야 하는 실정입니다.″
사상 처음으로 일손을 놓고 27일까지 파업에 나선 가축방역노동자들은, 사람답게 일할 수 있도록 가축 방역시스템을 정비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전광수/가축방역사]
″기계가 아닌 사람처럼 일할 수 있게, 업무에 맞는 인력과 예산을 배정해주시기 바랍니다.″
MBC뉴스 정혜인입니다.
영상취재: 고헌주 강종수 / 영상편집: 김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