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권희진

멈출 수 없는 푸틴‥'장기화냐 치명적 선택이냐?'

입력 | 2022-03-26 20:25   수정 | 2022-03-2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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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짧은 시간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겠다던 푸틴 대통령의 계획과 달리 전쟁은 한 달을 넘기면서 끝없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과 군인이 아까운 목숨을 잃어야 했지만 정작 푸틴 대통령은 지금까지 전쟁으로 얻은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푸틴이 이 참혹한 전쟁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권희진 국제문제 전문기자가 설명해드립니다.

◀ 리포트 ▶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요충지, 항구도시 마리우폴.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이 집중되면서 도시 전체가 잿빛의 폐허로 변했습니다.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빈터에 가족의 주검을 묻는 일이 일상이 됐습니다.

[빅토리아/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주민]
″내 아들과 아들 친구가 무덤을 파는 것을 도와줬습니다. 지금 막 아버지를 이곳에 묻었어요.″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망자만 3천명을 넘었다고 전해지고, 인구 4명 중 1명인 1천만 명이 졸지에 난민이 됐다는 추계도 나왔습니다.

러시아군의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1만5천명이 전사했고, 장성 등 지휘관 15명이 사망했다는 보도도 나옵니다.

러시아군의 핵심전력인 흑해함대의 부사령관도 마리우폴을 공격하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금으로선 뚜렷한 성과도 없고 수많은 생명만 앗아가는 이 전쟁을 푸틴은 왜 계속하고 있는 걸까요.

역대로 전쟁의 패배는 지도자의 비참한 말로로 이어졌다는 역사적 경험도 여러 이유들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푸틴으로서는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10년을 끌던 이 전쟁에서 물러나고 2년 뒤인 1991년, 소련은 붕괴했습니다.

20세기 초 러일 전쟁 패배 뒤 1차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고, 1차 대전에서의 막대한 인명피해는 니콜라이 2세의 처형과 볼셰비키 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푸틴은 전쟁을 일으키면서 이미 막대한 직간접적인 비용을 소모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군사적 손실이나 제재에 따른 경제적 피해 이상의 손해를 입은 것입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분열시켜놨던 유럽이 반 러시아 연대로 똘똘 뭉치게 됐고, 안보위기를 절감한 유럽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습니다.

모두 푸틴이 원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뒤로 물러나면 정권 연장을 꾀하는 푸틴의 정치적 입지는 훼손됩니다.

전범으로 지목된 상황에서 손해만 보고 전쟁을 끝낼 경우 자신의 안전조차 위협받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습니다.

[홍완석/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
″(푸틴이) 아무런 소득 없이 빠져나온다는 것은 자기 정치 생명을 축소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 그렇게 하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봅니다.)″

전쟁터가 된 우크라이나는 참상을 겪고 있지만 이 전쟁이 미국에게 나쁠 것은 없습니다.

전쟁이 길어지면 중국과 밀착하고 있는 적대국 러시아가, 전쟁의 수렁에 빠져 힘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독일을 비롯해 유럽이 재무장을 선언하면서, 록히드마틴을 비롯한 미국 군산복합체들은 전례없는 수혜를 입게 됐습니다.

푸틴으로서는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명분조차 얻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홍완석/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
″미국은 다양한 지렛대를 동원하면서 이 전쟁이 좀 오래 가기를 바라지 않을까. (푸틴이)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하는데 마땅치가 않죠.″

궁지에 몰린 푸틴이 전술핵무기나 화학무기 사용같은 극단적 행동을 할 우려도 있다는 분석은 이 때문입니다.

푸틴이 치명적인 선택을 하든, 교착상태에 빠진 전쟁이 장기화되든, 비극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MBC뉴스 권희진입니다.

영상편집:나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