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유경

[소수의견] 11년 기다렸는데‥옥시·애경 반대에 조정위 "유감"

입력 | 2022-04-11 20:13   수정 | 2022-04-11 21:13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발생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피해자의 94퍼센트가 아직도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지원을 위해 마련된 조정안마저도 기업들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11년 동안 고통받아온 피해자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이유경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학생용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던 김태종 씨.

김 씨의 일상은 지난 2008년 이후 멈췄습니다.

14년 전, 아내가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쓰러진 겁니다.

[김태종 / 가습기살균제 피해 유족]
″성가대에서도 소프라노 파트를 맡고‥ 아니 왜 이 사람이 멀쩡했던 사람이 왜 폐가 이렇게 망가졌나.″

2007년 구입한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에 아내가 노출된 지 1년여 만이었습니다.

입원비에 간병비, 의료용품 비용 등 천문학적 치료비가 들었지만 2017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이 통과되기 전까진 김 씨가 모두 감당했습니다.

폐결핵 이력이 있어 인과관계 증명이 부족하다며, 기업의 배상은 물론 정부 지원도 받지 못했던 겁니다.

아내는 결국 2020년 숨졌습니다.

[김태종 / 가습기살균제 피해 유족]
″(빚이) 한 2억 가까이 있었는데 집사람이 사망하면서 부조를 조금씩 받고 하다보니까 지금도 (빚이) 한 5천만 원 정도 있습니다.″

김 씨처럼 가습기 살균제 사태 초기에 기업 배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는 7,027명.

전체 피해자의 94%에 달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조정위원회 활동 5개월 만에 11년 만의 조정안이 나왔습니다.

피해자 유족에게는 2억에서 4억 원, 가장 심각한 피해자 15명에겐 연령에 따라 최대 5억 원 지급을 권고하는 내용입니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11년간 지연된 보상금에 대한 이자는 빠졌고 다수 피해자들의 경우는 향후 병원비와 간병비만 책정됐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무산될 처집니다.

9개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보상액을 내야 할 옥시와 애경이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옥시 측은 ″조정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고 기업 간 분담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했고, 애경 측은 자신들이 제시한 의견이 ″최종 조정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조정위는 이들 기업에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김이수 /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조정위원장]
″조정의 불성립을 판단하기보다는 마지막까지 조정의 성립을 위한 노력을 다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조정안이 최종적으로 불발되면,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험난한 개별 민사 소송 외에는 없습니다.

MBC 뉴스 이유경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 영상편집: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