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전준홍

[알고보니] 창신동 모자가 지원하지 못한 이유‥'가난의 조건'은?

입력 | 2022-04-22 20:30   수정 | 2022-04-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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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알고보니 시작합니다.

앞서 보신대로 숨진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기초생활보장수급 지원을 받지 못한 이유는 바로 이 80년 넘은 낡은 집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얼마나 가난해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을지 따져봤습니다.

◀ 리포트 ▶

해당 집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봤습니다.

일제시대인 1937년에 지어진 목조주택이고, 숨진 80대 한 모씨가 지난 82년에 구매했습니다.

무려 85년이나 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은 집이지만 공시가격은 작년 기준 1억 7천만원이나 됩니다.

정부는 실제로는 수입이 없더라도 집이 있고, 그 가격이 6천9백만원 넘으면 나름의 공식을 적용해 월소득이 있는 것으로 계산을 합니다.

이런 계산으로 나온 해당 모자의 월 소득인정액은 280여만 원.

2인 가구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기준인 우리나라 중위소득 하위 30%, 즉 월 소득 92만 6천원의 3배 가까이 됩니다.

이 때문에 생계비는 물론이고, 이보더 조건이 덜 까다로운 의료비와, 주거비 지원 대상에서도 빠졌습니다.

이번에 숨진 모자가 생계비 지원 기준인 월 소득 92만원 이하로 인정받으려면 집 공시가격이 1억 2천만 원을 넘지 않았어야 합니다.

그런데 서울 창신동 일대는 재개발 이슈로 지난 6년 간 공시가격이 27%나 올랐습니다.

해당 모자는 집을 팔려고도 했었지만 가족들과의 분쟁으로 매매를 못했다고 합니다.

[종로구청]
″일단 지침 사항에 나와 있는 대로 소득재산 기준을 조사를 하고, 이제 그 기준을 이제 넘어서게 되면 (수급자 선정) 안 되는 거고‥″

시민단체들은 집값을 통한 소득 산정방식에 구멍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서울의 경우 최근 10년 간 부동산이 104% 급등했는데, 소득으로 잡히기 시작하는 도시 집값 등 ′기본재산공제액′은 13년 전 5천4백만 원에서 현재 6천9백만원으로 28%만 올랐다는 겁니다.

[이경민/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기본 재산액이 10년 동안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하다가 2020년에 6천 9백만 원으로 인상이 됐어요. 너무 인색하게 (소득에서 빠지는) 기준이 까다로운 것 때문에‥″

40년 간 살던 집 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가난의 조건′을 맞추지 못했던 어머니와 아들.

8개월이나 전기료를 내지 못했지만 아무도 세상을 떠난 걸 알지 못했던, 이들에게 정말 필요했던 건 계산기로 따진 숫자가 아니라, 관심과 돌봄이었을 겁니다.

알고보니 전준홍입니다.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자료조사:권혜인, 박호수/연출:정다원/영상편집:권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