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왕종명

미국 '총기박람회' 에 가다‥버지니아주 '건쇼' 현지 취재

입력 | 2022-07-04 20:26   수정 | 2022-07-0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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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미국에서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올 상반기에만 2만 2천명이 넘습니다.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이젠 총기를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오지만 오히려 총을 사는 미국인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위험하니, 더더욱 총을 갖고 있어야 날 지킬 수 있다′는 논리고, 미국의 수정헌법이 이걸 지지합니다.

그 상징적인 장소가 주를 옮겨가며 열리는 ′건쇼′.

총기박람회입니다.

워싱턴 왕종명 특파원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섭씨 38도, 평일 낮 시간인데도 박람회장 입구에는 개장 전부터 긴 줄이 생겼습니다.

국가를 틀어놓고 성조기에 예를 표하는 것으로 ′건 쇼′가 시작됩니다.

총이란 총은 다 있습니다.

서부 개척 시대에 썼다는 수제 총부터 최신식 자동 소총까지 권총, 소총, 망원경이 달린 저격용 장총은 물론 화염 방사기에 연막탄까지.

방탄복도 누구와 맞설지에 따라 내부 철판의 두께가 다양합니다.

[방탄복 업체]
″이 방탄복은 4단계입니다. 4단계는 권총탄, 소총탄, 갑옷 관통탄도 막아줍니다. 묵직할 겁니다.″

전시용 마네킨만 봐도 민간인 보다는 군인 같습니다.

가장 인기 있다는 권총은 7백 달러, 우리 돈 90 만원에 살 수 있습니다.

[A총기 업체]
″(가장 인기 있는 게 뭐죠?) 아.. 글록, (글록?) 글록. 점점 인기 있을 겁니다. 총을 잘 모르는 사람도 글록은 들어봤을 겁니다.″

이번 쇼에는 3백 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 주에서 한 달에 한번, 3일 동안 진행되는데 이번 쇼를 마치면 다른 주로 이동합니다.

한국에서 온 기자가 총을 살 수 있는지, 두 번의 시도 끝에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B총기 업체]
″(제가 총기를 살 수 있습니까?) 버지니아 거주자입니까? (예) 그러면 장총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종류의?) 버지니아 주민이라면 여기 아무거나″

건 쇼를 찾은 이들에게 총은 무기라기 보다 상품에 가깝습니다.

쇼핑 하듯 재미 삼아 오거나,

[방문객]
″그냥 둘러보고 있어요. (어떤 목적으로?) 재미 삼아서 (웃음)″

집에 있는 거 말고 새 모델을 사러온 이도 많습니다.

[방문객]
″하나 있어요. (미국인에게 총은 어떤 의미인가요?) 여가용 스포츠, 보호, 방어″

아이를 데려온 부모도 적지 않습니다.

총기 교육은 어떻게 시키는지 물었습니다.

[방문객]
″너가 총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누군가 겨누었을때 어떻게 제압할지. 부모로서 언제 총을 사용해서는 안되는지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하죠.″

총기 참사 직후엔 건쇼 방문객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아네트 알리아/′건 쇼′ 회장]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빼앗길까봐, 나중에는 그들의 총기를 빼앗길까봐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지금 가서 총기를 구입하고 자신을 보호하길 원합니다.″

여기엔 트럼프 같은 총기 옹호론자들의 논리가 받쳐주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
″옛 속담처럼 나쁜 놈을 총으로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좋은 놈이 총을 드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살인 또는 자살의 도구인 데다 방어 목적보다 실수나 우발적인 격발이 가장 많습니다.

[조셉 피에르/UCLA 정신의학과 교수]
″총을 가진 처음 의도는 자신과 가족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었지만 상황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총기는 보호의 도구이자 죽음의 도구입니다.″

미국 수정 헌법 2조.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하는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 안보에 필수이기 때문에″

′안전′ 보호′를 이유로 어떤 생명을 겨누기 위해 미국인들은 오늘도 총을 삽니다.

워싱턴에서 MBC뉴스 왕종명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도(워싱턴) / 편집 : 조기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