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덕영

[단독] 멀쩡한 사옥 팔아 셋방살이 "585억 손해", 누가 이익을 얻었나?

입력 | 2022-08-15 20:19   수정 | 2022-08-1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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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방금 전해 드린 것처럼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사옥을 팔아서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완공이 된 지 3년도 안 된 새 건물을 팔고 셋방살이를 하면서, 안 써도 되는 임차료를 썼다는 건데요.

그런데 정부는 이번에도 또다시 공공 기관들에게 자산을 팔라고 지시를 내리고 있습니다.

과연 좋은 정책일까.

석유공사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어서 이덕영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한국석유공사가 빚더미에 오른 건 이명박 정부 때였습니다.

자원외교를 한다며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에 투자하고, 캐나다 석유 회사인 하베스트를 인수했다 큰 손해를 봤습니다.

2007년 부채비율이 64%에 불과했는데, 2016년 528%까지 치솟았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공기업들의 빚이 너무 많다며 자산을 팔아 빚을 갚으라고 지시했습니다.

[현오석/당시 경제부총리 (2013년 11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도 이제 파티는 끝났다고 봅니다.″

석유공사의 사옥 매각은 빚을 줄이는데 도움이 됐을까?

2018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자기 건물을 팔고 셋방살이를 하면서 내야 할 임차료가 15년 동안 1,446억 원입니다.

임대료율은 4.87%.

반면 석유공사가 채권 발행으로 빚을 낼 경우 이자율은 2.67%에 불과합니다.

공기업들은 신용이 높기 때문입니다.

15년 동안 채권 이자는 798억원.

사옥을 갖고 있을 경우 내는 각종 세금을 더해도, 585억 원 손해를 본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석유공사는 사옥을 팔면 부채비율이 13.8%포인트 낮아질 거라고 전망했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사옥 매각 당시 석유공사의 빚은 18조 원.

매각대금 2천억원을 모두 빚 갚는데 써도 빚은 고작 1% 줄어듭니다.

게다가 석유공사는 이 돈으로 빚을 갚지도 않았습니다.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 놓거나, 사업비로 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럼 지은지 3년도 안 된 사옥을 대체 왜 판 걸까?

당시 석유공사 사장은 사옥이라도 팔아서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래/당시 한국석유공사 사장]
″석유공사는 문제 기업이잖아요. 항상 관리 대상, 중점 관리 대상인데 중요한 일을 하는데 정부에서 반대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일은 없죠. 산업부도 추진하고 싶어 하고 저도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고.″

이제 와서 건물을 다시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습니다.

원래 5년이 지나면 재매입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이 있지만, 빚이 너무 많아 재매입을 포기하고 임차 기간을 5년 더 연장했습니다.

5년 뒤 재매입할 때는 판 돈보다 최소 250억 원, 최대 340억 원을 더 줘야 합니다.

건물을 사서 전 주인에게 바로 다시 임대해주는 계약.

덕분에 코람코의 투자자들은 공기업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임대료를 챙기고, 덤으로 나중에 매각 차익도 얻을 수 있습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를 받은 건, 석유공사 실무 책임자 3명이 전부입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영상편집: 민경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