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양소연

[단독] 접근금지·통신금지 명령‥"80% 무시하고 스토킹 계속"

입력 | 2022-09-19 20:32   수정 | 2022-09-1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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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번 신당역 사건 같은 참사를 막겠다고 만들어진 게 바로 ′스토킹 처벌법′입니다.

작년 10월부터 시행돼 왔는데, 이 법은 경찰이 신고가 들어온 뒤 수사 초기부터 ′잠정조치′라는 걸 내릴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이 ′잠정 조치′는, 스토킹이 얼마나 심한가에 따라 1호부터 4호까지 있는데, 1호 서면경고부터, 접근금지, 통신금지 그리고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최대 한 달까지 가둘 수 있습니다.

과연 이 잠정조치는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요?

MBC가 잠정조치가 내려졌던 스토킹 범죄자의 판결문 46건을 전수조사해 봤더니 대부분 조치를 무시한 채 범행을 이어갔고 심지어, 피해자를 찾아가서 접근금지 명령서를 집어던진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법조팀 양소연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 리포트 ▶

접근금지와 통신금지 명령을 받은 한 스토킹 범죄 가해자.

′잠정조치′ 결정문을 받자마자, 오히려 접근하지 말라는 피해자를 찾아갔습니다.

피해자에게 ″가만 두지 않겠다″며 결정문을 집어던졌고, 신고를 못하게 휴대전화까지 빼앗았습니다.

″다시 신고하면 감옥에 가야 하니, 제발 신고하지 마라″

주차해 둔 차에 다가가자, 이렇게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습니다.

차 안에는 헤어진 옛 연인이 앉아 피해자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차례 찾아와 차를 가로막고, 벽돌로 유리창까지 깼다가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무시하고 또 찾아온 겁니다.

MBC가 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을 통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범죄자 중 잠정조치를 받았던 46명의 1심 판결을 분석했습니다.

잠정조치를 지킨 건 단 10명.

나머지 36명, 80퍼센트 가까이는 접근금지와 통신금지 명령을 따르지 않고 스토킹 범행을 계속했습니다.

대부분 자신을 신고한 데 대해 보복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이 추가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한달간 수천통 문자를 보냈다가 통신금지 명령을 받은 한 가해자는, ″나중에 사과하면 늦는다″ ″외출하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 ″조만간 남자 몇 명 보내겠다″ ″대가 똑똑히 치르게 해 주겠다″ 이런 내용의 문자를 계속해서 보냈습니다.

잠정조치는 경찰의 신청을 받아 법원이 결정합니다.

법원 결정을 어기면서 범행을 계속한 건데 처벌은 어땠을까?

36명 중 21명, 절반 넘게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7명, 19퍼센트는 벌금을 냈는데, 금액은 백만원에서 8백만원까지였습니다.

[김정환/변호사]
″관대한 처벌을 계속 관행적으로 했단 말이죠. 법원 스스로 자기 판단을 부정하는 모순을 반복한 건 아닌지, 그리고 범죄자들한테 좋지 않은 시그널을 주고 있었던 건 아닌지‥″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8명, 22퍼센트였는데, 대부분 폭행이나 협박, 재물손괴, 공무집행방해 등 다른 범죄가 합쳐진 경우들이었습니다.

잠정조치 위반으로는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정작 스토킹으로 처벌받지 않은 경우도 2명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합의해 줬다는 이유였습니다.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 : 김두영/영상편집 : 양홍석/삽화 CG : 강나린, 하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