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덕영

낙하산 논란에 자소서는 표절

입력 | 2022-10-10 20:17   수정 | 2022-10-1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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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공공기관의 상임감사는 내부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회계 업무를 감독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기 때문에 사실상 조직의 2인자라 불립니다.

그런데 지난달 한국수력원자력 상임 감사로 임명된 사람의 이력서를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이력에 자기소개서에선 군데군데 표절 문구까지 발견됐습니다.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덕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달 임명된 한국수력원자력 최익규 상임감사가 낸 자기소개서입니다.

일에 대한 가치관을 묻는 항목에 ″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라″, ″무조건 열심이가 아니라 제대로 열심히 하자″, 모두 지난 2010년 출간된 책을 베꼈습니다.

베낀 부분은 직무수행계획서에서도 발견됩니다.

에너지 사업에 대한 소견을 묻는 항목엔 단락 순서만 바꿨을 뿐 다른 사람 SNS 글을 갖다 붙이다시피 했습니다.

이력은 감사 업무와 관련이 있을까.

이력서엔 무역, 건설회사 등에서 일하다 2002년부터 2년 간 한나라당 관악을지구당 사무국장을 지낸 걸로 돼 있습니다.

이후 18년 간 경력은 비어있습니다.

′관련분야 국가발전 기여 업적′, ′포상실적′ 등은 아예 적지 않았습니다.

이전 감사들이 감사원에서 수십년 간 근무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수원 상임감사는 기관 추천과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신영대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만 감사 자리를 채운다면 공공기관의 독립성을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공기업의 정책 효율성마저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최 씨는 ″책 내용이 와 닿아 인용했을 뿐″이라며 ″발전소 공사를 한 건설회사를 다녀 한수원 업무가 낯설지 않다, 감사원에서 일했던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력 공백에 대해선 ″2004년 이후에도 정치권에서 활동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줄곧 공공기관 혁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추경호/경제부총리(지난 7월)]
″새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방만경영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한수원 뿐만 아니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에도 여당 인사들이 줄줄이 상임감사로 임명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영상취재: 정지호/영상편집: 오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