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재훈

[집중취재M] 선무당이 영국 잡는다?‥어설픈 '대처 따라하기'에 흔들흔들

입력 | 2022-10-17 20:22   수정 | 2022-10-1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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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웃 나라인 영국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에너지난에다 10%를 넘나드는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국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취임한 지 한 달 겨우 넘은 신임 트러스 총리는 어설프게 꺼내들었던 감세안이 역효과를 내면서 자신의 총리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습니다.

이재훈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1일 영국 런던 거리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팻말을 들고 모여들었습니다.

사람을 잡지말고 물가를 잡아라.

우리는 임금인상이 필요하다.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8월 10.1%, 지난달에는 9.9%를 기록해 지난 199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모든 게 다 오르고 있어요. 하지만 내 연금만 그대로라고요.″

지난 달 초 취임한 트러스 총리는 경기를 살리겠다며 상위 1% 고소득자의 소득세율 45%를 철폐하는 등 우리 돈으로 무려 71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습니다.

[리즈 트러스/영국 총리 (지난 5일)]
″나는 경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세 개가 있습니다. 성장, 성장, 성장입니다.″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모델로 삼은 트러스 총리는 대처 총리의패션은 물론 감세 정책까지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전세계적 인플레이션에 긴축 기조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나라가 큰 빚을 지겠다고 공개 선언한 것과 다름없는 감세정책 발표 직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급락했고, 그 여파는 전 세계 금융 시장에 미쳤습니다.

결국 트러스 총리는 지난 14일 감세 정책을 전격 철회하고, 재무장관을 희생양 삼아 해임시켰습니다

[콰르탱/전 재무장관]
((총리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안녕하세요.″

집권당인 보수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하자 야당은 물론 보수당 내에서조차 트러스 총리의 퇴진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앤드류 존스/런던 시민]
″트러스 총리도 바뀌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그가 감세정책을 승인한 거잖아요. 그가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는 건 의문입니다.″

유럽을 덮친 에너지난, 그리고 높은 물가, 여기다 어설픈 정책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영국의 경제가 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재훈입니다.

영상편집 : 박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