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차주혁

[노동N이슈] SPL이 안전기업? 있으나 마나 한 정부인증

입력 | 2022-10-29 20:20   수정 | 2022-10-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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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20대 노동자가 소스 혼합 기계에 끼어 숨진 SPC 계열의 제빵회사 SPL은 알고봤더니 정부가 인증한 ′안전 기업′이었습니다.

사고 없는 기업이라는 홍보 효과는 물론이고, 공공기관이 발주한 사업에 입찰하면 혜택도 주어지는데요.

대신 안전보건공단의 심사를 매년 받아야 됩니다.

그런데 이 심사에서 SPL은 ′끼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3년 연속으로 받았지만 제대로 개선하지 않았고, 그런데도 안전 인증은 계속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차주혁 노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SPL은 2000년 설립 이후 17년간 무재해 사업장이었습니다.

사고는 물론 질병조차 한 건도 없어, 2016년 정부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안전기업으로 인증된 이후,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2018년 50대 여성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손을 끼인 것을 시작으로, 2019년 6건, 2020년 14건, 2021년 7건, 올해는 8월까지 10건이나 됩니다.

이 가운데 끼임 사고만 14건.

그런데도 안전 인증은 7년째 유지되고 있습니다.

끼임 사고 가능성은 여러 번 지적됐습니다.

2020년 안전보건공단은 혼합기 덮개를 콕 집어, 안전대책을 구체적으로 권고했습니다.

덮개를 열지 않고도 내용물을 관찰하고 원료를 추가 투입할 수 있도록 점검창을 부착하라고 했습니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
″덮개가 먼저 맞게 설치가 되고, 내용물을 관찰하려면 점검창이나 그런 게 필요하다는 의미죠.″

그래도 끼임 사고가 계속되자 2021년과 2022년에도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적도, 개선도 형식적이었습니다.

기존 사고가 났던 기계를 중심으로 1년 뒤 사후 점검만 했고, 결국 지난 15일 다른 혼합기에서 20대 노동자가 목숨까지 잃었습니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
″두 명, 세 명 정도 나가거든요. 그러면 하루 이틀 심사하면서 전 현장을 볼 수는 없습니다. 샘플링 식으로 볼 수밖에는 없어요.″

작년 6월 광주 재개발 붕괴 사고로 9명 사망, 올해 1월 아파트 외벽 붕괴로 또 6명 사망.

현대산업개발도 정부가 인증한 안전기업이었습니다.

2010년 처음 인증받은 뒤 12년간 유지했습니다.

불과 7개월 사이 노동자와 시민까지 15명이 숨진 뒤에야 안전기업 인증은 취소됐습니다.

[송치경/한국공인노무사회 산업안전보건센터장]
″전년도에 부족했던 부분을 위주로 해서 집중적으로 심사하는 그런 한계가 있죠. 그 시기에 맞춰서 인증만 받으면 사실상 인증을 유지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정부의 안전경영 인증을 받은 기업은 지금까지 1,459개.

이들 안전기업에선 지난 3년 동안만 112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중대재해 사고로 인증이 취소된 기업은 현대산업개발을 포함해 4곳 밖에 없습니다.

SPL에 대한 인증 취소는 아직 검토 중입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 김백승/영상편집 고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