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조재영

평범한 학생이었을 뿐인데‥'고통' 호소했던 10대 생존자

입력 | 2022-12-14 19:44   수정 | 2022-12-1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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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정말 이런 일만은 생기지 않길 바랐는데요.

10.29 참사 생존자였던 10대 고등학생이 어젯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참사 당시 가장 친한 친구 두 명의 마지막을 바로 옆에서 목격했던 학생이었습니다.

심리상담도 받고, 일부러라도 학업에 열중하며 어떻게든 일상으로 돌아가려 했다고 합니다.

숨진 학생의 어머니가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저희 취재팀과의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참사 생존자였던 고등학교 1학년 박모 군.

이틀 전 ″야간 자율학습 때문에 늦겠다″고 어머니와 통화한 뒤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그리고 그제 오후,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혼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박 군은 그날, 가장 친한 친구 두 명과 함께 핼러윈 축제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박 군(가명) 어머니]
″어린이집, 유치원 다니면서 핼러윈 때 핼러윈 의상 입고… 이태원 핼러윈 축제가 예전부터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밤 10시 반까지 집에 오라″던 부모님의 당부대로 지하철을 타러 가던 길에서 박 군과 친구들은 인파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40분 넘게 깔려 있던 박 군은 의식을 잃기 직전 구조됐지만, 바로 옆에서 친구들이 숨지는 모습을 고스란히 목격했습니다.

정신적 충격은 물론 몸의 근육세포들이 파열돼 입원 치료가 필요했지만, 박 군은 ″친구들 장례식에 가야 한다″며 이틀 만에 퇴원했습니다.

[박 군(가명) 아버지]
″어떻게든 그 친구들 얼굴을 마지막으로 봐야 된다고 그래서, 병원에서 안 된다는 걸 중간에 퇴원시켜서 나갔어요.″

박 군은 어떻게든 일상을 회복하려 했습니다.

참사 일주일 만에 등교하며 학업에 몰두하려고 애썼고, 병원에 상담도 다녔습니다.

하지만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만큼은 숨기지 못했습니다.

[박 군(가명) 어머니]
″11월 중순 정도에 울면서 얘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연예인 보려고 놀러 가서 그렇게 다치고 죽은 거 아니냐′… 자기 죽은 친구들을 모욕하는 듯한 그런 댓글들을 보면서 굉장히 화를 많이 내더라고요.″

시간이 흐르면서 박 군은 그런 분노마저 자제했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에는 ′곧 친구들을 보러 가겠다′는 메모와 날짜까지 적어놨습니다.

[박 군(가명) 어머니]
″터놓고 얘기를 할 수 있었던 사람은 그 두 친구가 전부였던 거 같아요. 그런데 그런 친구가 없어졌으니까 속마음을 얘기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답답함, 하소연을 여러 번 했었거든요.″

박 군의 가족들은 좀 더 집중적인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게 후회된다고 말했습니다.

[박 군(가명) 어머니]
″진료받은 횟수가 5번이에요. 한번 갔을 때 15분에서 20분이에요. 지금 생각해 보면 심리상담이나 이런 게 깊게 이뤄졌다면 알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정부 심리지원 대상이었지만 대학병원에서 이뤄진 상담은 한 번에 20분을 넘기기 어려웠고, 그마저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받기 어려웠다는 겁니다.

박 군이 남긴 마지막 동영상에는 ″엄마 아빠에게 미안하다, 나를 잊지 말고 꼭 기억해 달라″는 말이 담겨 있었습니다.

[박 군(가명) 어머니]
″비행을 하려고 거기 간 게 아니거든요. 자기만 산 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크더라고요. 댓글 그렇게 보고 그냥 거기서 무너졌던 것 같아요…″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나경운 / 영상편집: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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