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엄지인

우리 정부 엄중 항의‥ "미래지향적 관계" 삐걱?

입력 | 2023-03-28 19:53   수정 | 2023-03-2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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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한일 정상회담 끝난 지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역사왜곡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두 나라가 관계 복원에 속도를 내는 시점에 더 적나라해졌다는 점에서 오늘 교과서 공개는 그 여파가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외교안보팀 엄지인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엄기자, 우리 정부가 바로 일본에 항의했죠?

◀ 기자 ▶

오후 5시쯤 구마가이 나오키 총괄공사를 주한 일본대사 대리 자격으로 외교부 청사로 불러들였습니다.

일본 대사가 지금 서울에 없어서 총괄공사를 대신 초치한 건데요.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은 수용할 수 없다″고 항의하고, 과거사에 대해서도 ″일본이 지금까지 스스로 밝혀 온 사죄와 반성의 정신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교육부도 ″즉각 시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 앵커 ▶

항의는 했는데, 일본이 교과서에 가짜 주장을 담은 게 처음도 아니고요.

일본대사관에 항의하는 외교적 대응만으로 과연 충분하냐, 이런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 기자 ▶

일본대사나 총괄공사를 초치하는 장면은 말씀하신 대로 일본 문부과학성이 새 교과서를 발표하는 매년 3월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강제 동원·징병을 부정해서 일본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가르치는 거고, 독도는 분쟁 지역으로 몰고 가겠다는 겁니다.

일본 정부의 지침으로 봐야 하는데요.

재작년 일본 각의, 즉 국무회의에서 ′강제′라는 표현을 쓰지 말자는 방침을 내렸고.

◀ 앵커 ▶

강제 동원, 강제 징용‥
뭐 이런 걸 다 안 쓴다는 거죠?

◀ 기자 ▶

그렇습니다.

′다케시마의 날′ 행사엔 올해도 차관급인 정무관을 보냈습니다.

외교장관에 해당하는 외무상,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의 잇따른 ′망언′도 같은 맥락이고요.

일본의 우경화 흐름, 보수 내각의 지지층 결집 내부적인 여러 목적도 있겠습니다만 노림수가 뻔한 만큼 외교적 대응만으로 일본의 태도를 바꾸게 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 앵커 ▶

우리 정부도 당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 모두발언 통해, 23분에 걸쳐서 상황에 대해 설명했는데도, 지금 여전히 정치권과 시민 사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단 말이죠.

성의있는 호응을 보여줘도 시원찮을 판에 지금 교과서 문제까지 더해지는 상황이 됐습니다?

◀ 기자 ▶

정상회담으로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는데, 정작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은 입장차이가 재확인된 겁니다.

정부는 일본의 과거와 미래를 떼어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는데요.
윤덕민 주일대사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윤덕민/주일 한국대사(어제)]
″역사 문제를 가지고는 싸워 왔지만, 전략적인 이해·이익 관계에 있어서는 (한국과 일본이) 거의 일치한다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말도 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기시다 정권이 좀 더 소신을 갖고 한일관계 문제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그 소신은 아직 잘 안 보이고요.

오히려 관계 개선 분위기를 이용해서 일본은 하고 싶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과거 담화의 계승 의지도 교과서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 앵커 ▶

우리 정부가, 일본의 과거와 미래를 떼어서 대응한다, 이 방침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번 사례를 보면 적어도 한일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과거의 일을 명확히 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자,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본의 추가 조치가 있을 거라는 정부의 기대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서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 기자 ▶

정부가 가장 힘을 쏟는 건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안보 협력이고, 한일 국장급 안보 대화도 재개를 준비중입니다.

하지만 당장은 예정된 악재가 더 많습니다.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강제동원 흔적을 지워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올리려고 하고 있고, 후쿠시마 오염수 130만톤 방류도 상반기에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시다 총리 답방도 이때를 전후해서 6월 정도로 준비중인데, 정상회담에서 그랬듯 후쿠시마 수산물의 수입 규제 완화를 또 들고 나올 수 있습니다.

한일관계 회복의 명분·목적은 뚜렷합니다만 피해자들의 반발·여론 악화까지 무릅쓰고 우리만 일방적으로 속도를 내는 건 아닌가, 정부가 좀 되돌아 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 앵커 ▶

엄지인 기자, 잘들었습니다.

영상편집 : 장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