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상훈

스쿨존 사고 판결 전수분석‥'음주·뺑소니'도 집행유예

입력 | 2023-05-05 19:52   수정 | 2023-05-0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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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어린이날을 맞아서 어린이 보호구역, ′스쿨존′의 안전을 짚어보는 연속 보도, 오늘도 어제에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 2019년 고 김민식 군의 사고를 계기로 스쿨존 사고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민식이법′이 만들어졌고, 시행이 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스쿨존에서 벌어지는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죠.

처벌은 더 엄격해졌을까?

MBC 법조팀이 최근 1년 치 스쿨존 교통사고 판결 93건을 전수 분석했는데, 역시 민식이법이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93건 중에 단 한 건만 실형, 나머지는 모두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습니다.

음주운전을 해도, 뺑소니를 쳐도, 심지어 어린 생명이 희생돼도, 운전자는 대부분 선처를 받았습니다.

김상훈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앞 담벼락.

9살 이동원 군을 추모하는 메모들이 빼곡합니다.

작년 11월, 집으로 가던 3학년 이동원 군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그대로 도주했다 붙잡힌 운전자는 이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대승/고 이동원군 아버지]
″저희는 아이와 함께 어떻게 보면 죽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나 깊은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한 운전자에게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MBC는 법원의 판결문 열람시스템을 통해 최근 1년 치 판결문 93건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93건 모두 유죄.

그런데, 실형은 단 1건뿐이었습니다.

교통법규 위반으로 8번이나 처벌받고도 또, 신호를 어겨 5살 어린이를 다치게 한 운전자 1명에게만 징역 8개월이 선고된 겁니다.

절반 넘는 51건은 집행유예, 37건은 벌금형.

3건은 잘못이 크지 않다며 처벌을 미루는 선고유예였습니다.

법원은 스쿨존 사고를 왜 선처했을까?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가 61건, ′초범 또는 동종 전과가 없다′ 50건.

두 이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는 엄하게 처벌했을까?

그조차도 아니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2%가 넘는 만취 운전으로 6살 어린이를 치고 도주까지 한 운전자.

음주운전 전과가 3번이나 있었지만, ″이미 10년이나 지난 일″이라며 집행유예로 선처했습니다.

어린이를 치고 차에서 내리지 않은 운전자 7명도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최근 1년 치 판결에 사망사고는 없었습니다.

3년으로 범위를 넓혀 ′민식이법′ 시행 뒤 사망사고 판결문 5건을 더 살펴봤습니다.

아이가 숨진 사고에서도 실형은 단 1건.

4건은 집행유예로 사실상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김상훈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영 / 영상편집: 장예은 / 자료조사: 김세연